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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확보-자금조달-선거채비 동시진행|사연도 많은 "창당작업"|정가취재 여화 정치부기자 방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많은 구 정치인들이 정치풍토 쇄신 법에 묶여 정치에 대한 인기가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정당마다 지망생들로 붐 비는 것을 보면 「정치」는 역시 인기품목인가 봐요.
-군소 정당의 경우엔 그렇지 않지만 민정·민한·국민당 등에는 「만원사례」딱지가 붙을 법 해요. 어떤 야당간부의 집에는 새벽부터 문전성시라 잖아요.
-역시 여당을 지향하는 민정당 쪽에 사람이 많이 몰려 창당준비위원 선정에서 당초 예정했던 3백50명보다 2배 가까이 뽑았어요.
-처음 6백35명이라고 박경석 대변인이 발표했다가 하룻밤 사이에 22명이 늘었고 최후순간에 4명의 이름이 첨가되더군요.
-소장실업인·대학교수·연예인 등의 진출이 눈에 띄긴 하지만 여기 못지 않게 구 공화당사무국 요원이 대거 흡수돼 사실상 새 인물의 비율을 따지면 별로 긍정적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몇몇 정당에선 의외의「대어」를 낚았다고 자랑하고 있어요. 민정당에서는 이용희·황산덕씨 등 전직장관과 이건호(이대), 김춘수(영남대)교수 등을 성공한「스카웃」으로 치더군요.
-야당 쪽의 민한당에서는 그동안 하도 쪼들렸기 때문인지 실업계·재계인사 몇 사람을 끌어들인 것을 대견해 하는 것 같아요.

<물실호기로 벼르기도>
-그러나 소위「상위」정당에선 발기인이나 창당준비위원 선정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발탁」된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국민당 발기인에 끼어 있던 손승덕 전 의원과 어떤 소장 실업 인이 발기인 대회 날 아침에 민정당 준비위원으로 이적한「케이스」를 들 수 있겠지요.
-정치를 사명감에서 하려는 사람이 개혁주도세력 속에는 많겠으나 크고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물실호기 인양 정가에 달려드는 것은 납득이 안가요. 「새 시대 새 정치」를 지향하는 마당에 「돈」이나 「배경」등을 업고나선다면 정치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겠지요. 전두환 대통령이 구습에 물든 정치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 취지에 비춰 보면 「졸부들의 행진」은 막아야 할 것 같아요. 「돈」의 정치는 이념정치가 될 수 없을 테니까요.
-민정당의 권정달 사무총장과 이종찬 조직분과위원장이「참신한」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 선뜻 응한 사람이 물론 많지만 어떤 사람은 좀 체로 확답을 안 해 삼고초로 했다는 얘기도 있지요.
-어느 여류 집에는 꽃을 사 갖고 방문해 부드러운 대화로 유도했다지요.
-민한당의 경우에는 구 신민당계보「보스」들의 입김이 간단치 않은 모양 이예요. 조직총책을 맡은 신상우씨는 계파「보스」들이『집으로 와 달라』『한번 봐야겠다』는 등의 주문을 받고 있다고 해요.
-정당을 만드는데 아무래도 돈이 들기 마련이지요. 모이면 밥을 먹어야 하고 사무실을 장만하고 유인물도 만들고….
-돈 안 드는 깨끗한 정치풍토를 이룩한다는 것이 개혁주도 세력들의 생각이니까 과거보다는 적게 쓴다고 봐야겠지요. 조달방법도 지난날처럼 무슨 의혹사건이라 하는 것은 없잖아요?
-요즘「현장모금」이 대유행입니다. 민정당이 지난3일 신문회관 창당발기인 총회 때 1인당 1만원이상씩 갹출해서 3천3백여 만원을 거둔 게 선례지요.「1만원이상」이라고 하니까 50만원, 1백 만원 씩 척척 낸 사람이 있어요.
-민정당은 그후 창당준비대회 때도 현장모금으로 1억6천만원을 거둬 자금 면에서 능력을 과시했어요.
이때도 모 실업 인이 2천만원을 낸 것을 비롯해 천만원대가 3, 4명이나 된다고 하지요.
-민정당의 고위간부들은 이것을 보고 당비자체조달에 낙관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사무당원봉급과 경상비 등 기본경비는 당비에 의해 충당하고 특별대책비만 따로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과거엔 지구당 조직책들에게「오리발」로 불리는 자금지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구당 창당에 드는 기본경비만 지원해 주고 있다지요.
-「시-도 책」들에게는 별도로 다소 지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구당조직책에게는 기백 만원 선이 있지요.
-민한당 쪽에서는 창당발기인대회를 하면서 발기인들에게 20만원씩 내라고 했는데 그 뒤 재정 위에서 50만원으로 늘리고 재정위원들은 별도로 1백 만원씩 더 내도록 결정했어요. 발기인의 갹출 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유한열 총무위원장이『새 사무실을 차리려면 당장 3천만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유치송 준비위원장이『발기인에 실업인 몇 사람을 넣은 것은 당 재정에 다소 도움이 될까 해서…』라고 말한 점으로 봐 전국구후보 결정 때 헌금얘기가 필시 나올 것 같아요.
-현재 임시사무실로 쓰고 있는 「뉴 서울·호텔」객실 료가 81만5천 원이나 밀려 있더군요. 본래「호텔」규정은 10만원이 넘을 때마다 청구하도록 되어 있는데 민한당을 믿어서인지 독촉이 심한 편은 아니라고 해요.
-들리는 얘기로는 민한당의 사무실 임대비용까지는「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길이 마련돼 있다는 말도 있지요.

<당원들 성금에 크게 의존>
-한국국민당은 비교적 재력이 든든한 김종철 위원장에게 모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인데 김 위원장은「돈 안 쓰는」모범을 보인다지요.
-민권당의 경우 김의택 대표가 야당만 해온 분이어서 별 재산이 없고 부위원장 한 분이 약간의 자금을 댄다는 소문이 있지만 이분이 문전옥답을 팔아서 대는 것인지 다른데서 조달하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민권당도 지난 3일 창당발기준비대회 때 즉석모금으로 4백25만원을 모았다는 얘기고 앞으로 당원들의 성금에 크게 의존하겠다는 것이 간부들의 말이 예요.
-정치자금 법이 발표될 때 까진 별 도리가 없겠지요. 하여간 여나 야나 전같이 흥청대는 분위기는 안될 것이 분명해요.

<구당과 정리 여의치 않아>
-금년 초 신당 설이 나돌 때는 당을 만드는데 2백억 원쯤은 들것이라고 했었는데 요즘 군소 정당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걸 보면 큰돈 안 들고 되는 것 같아요. 어느 군소 정당은 여관방하나 얻어 준비하기도 하고 또 다른 당의 경우 연락전화번호가 대표자의 자택인 점을 보면 2백 만원, 아니 20만원정도로 시작한 사람이 있을 법해요.
-각 당의 사무실 풍경은 나름대로의 면모를 설명해 줄 것 같은데요.
-민정당이 구 보험공사로부터 접수한 건물은 9층 짜리 본관과 3층의 별관으로 돼 있죠. 대지가 1천2백 평, 건평이 3천2백 평이에요. 평당 보증금이 75만원이랍니다.
6층을 창당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이 쓰고 7층에는 조직·운영·정책위가, 3층에는 대변인 실·기자실이 들어 있고 별관은 훈련원으로 쓸 생각이라는 거죠.
-주차장이 넓고 공간도 많아 제1당의 형편을 저절로 느껴요.
-아침 8시면 권정달·이종찬·배성동씨 등 간부들이 사무실에 나오고 특히 권 사무총장의 방 앞에는 면회 객이 줄지어 기다리죠. 하루도 빠짐없이 간부회의 등 각종 회의가 열려 회의「러시」현상입니다.
-민한당과 「뿌리」찾기 경쟁을 선언한 민권당(창당위원장 김의택)은 그동안「YMCA·호텔」의 객실 2개를 사무실로 사용하다가 10일에는 보라는 듯이 인사동의 동일가구「빌딩」에 25평 짜리 어엿한(?)사무실을 냈어요.
-돼지머리·떡시루·막걸리가 곁들인 현판식도 그렇지만 전화만도 3대나 설치해 그런대로 형편이 괜찮아요.
-방만수씨의 고려농민 당은 청진동 낙지골목에 5, 6평 짜리 사무실을 내고 있는데 농어민·근로자의 참여를 위해 창당대회는 대전에 내려가 하겠 대요. 어느 정당의 경우 창당발기공고 때 발표란 연락처의 전화번호를 돌리니까 발기인중 한사람의 전 근무처가 나와 실소한 적이 있어요.
-현재 창당되고 있는 정당들의 정강정책이 아직「베일」을 벗지 않았지만 혁신 계 정당을 빼고는 모두가 난형난제일 것 같아요.
-저마다 정책정당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보수정치인들이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몰리거나 정책이 맞지 않아 분당되는 경우는 별로 못 봤어요.
-제사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더 쏠린다고 나 할까. 정강정책은 아예 괘념치도 않고 어떻게 해야 국회의원 감투를 쓸수 있는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쏟아 온 게 사실인 것 같아요.
-민정당과 민한당은 나름대로 명분이 뚜렷해요.
개혁을 주도해서 무언가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여당을 지향하는 민정당의 입장이고 구 신민당 출신이 추진하는 민한당은 차원 다른 야당을 목표하지요. 국민당은 국민이 인정하든 말든 70년대 개발의 기치를 내걸고 있으며 혁신당은 새 혁신을 표방해요.
-이념면에서는 국민당이 제일 고민인 것 같더군요. 민정당 쪽에서 여당은 하나라고 하는데 거기에 따를 수도 없고 야당은 더더욱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이만섭씨 같은 분은 시시비비 당이라고 명명하더군요.
-발기취지문에서 보면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의 이념을 민주복지국가로 연결시키는 논리에 역점을 둔다고 밝혀 국민당은 결국 구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답습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민한당의 이진연 정책분과위원장은『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호흡을 진맥하여 한숨과 눈물을 정강정책에 그대로 담겠다』고 하더군요. 감상적인 말이긴 하지만.
-교수출신의 이윤기씨, 재무부관리였던 이철희씨 등으로 구성된 소위가 김태수 소위위원장주재로 연일 머리를 맞대고 이상적인 안을 짜내고는 있으나 무어가 나올지….

<지향성 비슷, 관계도 미묘>
-민정당은 배성동 정책분과위원장을 주축으로 벌써 선거공약작성에 들어가고 있어요. 정강정책은 전두환 대통령이 밝힌 4대 국가목표가 골간을 이루고 있다는 얘깁니다.
-민권당이 보국안민·부국장병을 주장하고 민사당은 과거의 된서리를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럽게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 눈에 띄어요.
-많은 전 의원이 사퇴 서를 썼거나 규제 당하고 의기소침했던 구 신민당당원들도 외부에서 누가 낙하산을 타고 들어오건 정당한 영입을 받아서건 신당에 진주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들의「터주대감」주장도 더러 나오고 있어요.
-「뉴 서울·호텔」주변의 다방과 음식점은 이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정치지망생으로 온종일 만원입니다. 그래서 다방주인은 호경기를 만났어요.
-아직 선거법이 확정되지 앉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각 정당들이 대개 몇 석이나 목표로 하고 있을까요.
-민한당도 김의택씨의 민권당을 의식해서인지『국민이 선거에서 야당단일화를 이뤄 줄 것』이라고 강조해 은근히 야당 표의 분산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당의 경우는 어느 지구에 공천 자를 내야하고 낸다면 누구를 내야 할 지에 대한 감을 잡으려고 벌써부터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조직책선정도 민정·민한이 끝난 다음에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각 정당이 현행 77개 선거구가 다소 분구 된다는 전제로 많은 수의 의원후보 재목을 포섭했거나 할 예정인데 만약 분 구가 안 된다면 조직상 큰 혼란이 생기겠지요.
-아직은 지역구 경쟁과 함께 전국구기대가 있지만 전국구 후보에도 못 끼는 사람 중에서는 정당 밖으로 뒤쳐 나갈 사람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의원「배지」하나 바라고 입당했다면 툭툭 털고 일어선 사람이 많다고 봐야지요. 그런 정치인을 없애자는 것이 새시대의 정치상인데 두고 볼 수밖에 없군요. <정리=고흥길·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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