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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태반 참기름|기름 집서 지켜보며 짜는 길 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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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참기름의 반 이상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숙명여대 약학과 연구「팀」(노일협·정희선)이 최근 시판중인 65종의 참기름을 수거, 분석한 『시장과 음식점에서 판매 또는 사용중인 참기름 중의 불순물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65종 중 진짜 참기름은 26종(40%) 이었으며 36종(55.4%)이 도너츠를 튀긴 후 남은 기름을 섞은 것이었다.
나머지 2종(3%)은 배추씨 기름을 석은 것이었고 1종(1%)은 목화씨 기름을 혼합한 것이었다.
이처럼 잡탕 참기름이 나도는 것은 다른 식용유보다 가격이 비싸고 소비자들이 가짜를 식별할 수 있는 손쉬운 감정법이 없는 데다 민간에서 소규모로 짜내고 있어 품질이 고르지 못하고 이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지적되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과정에서 참기름의 주성분인 지방산이 다른 식물유와 화학적 반응이 거의 비슷해 실험실에서의 참기름 진위 판별도 어려웠다고 밝히고 각종 기름의 「스테로이드」(담즙산·성「호르몬」·부신피질「호르몬」·「알코올」의 일종인「스테아린」이 포함된 화합물)에 대한 시약의 반응과 진짜 참기름과를 비교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이 섞는 「도너츠」튀김기름은 참기름과 색깔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고 콩기름·옥수수기름 등은 참기름과 섞을 때 밑에 가라앉아 소비자의 눈을 속이기 쉬워 혼합용 기름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대상 참기름은 서울 경동·청량리·왕십리·동대문·영등포 시장 등 시장 10군데와 주거지역의 기름집·병원·음식점 등에서 고루 채택했으나 전 지역에서 거의 다 불량품이 발견되었다.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 S참기름집 주인 황이연씨(38·여)는 『아예 기름 짜는 집에서 콩기름·「도너츠」튀긴 기름을 비치하고 도부꾼(머리에 이고 다니는 기름행상)의 주문대로 혼합 참기름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며 『콩기름은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흔히 뚜껑을 열고 위의 것을 찍어 맛으로 식별하는 소비자는 속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서울 청량리 시장 H기름집 주인 나을룡씨(39)는 참깨 값이 오르면서 가짜 참기름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고 했다. 참깨 값은 6kg에 작년만 해도 1만8천원이던 것이 요즘은 4만원 선을 웃돌고 있다. 그나마 구하기가 어려워 참기름 집들도 「멕시코」나 인도에서 수입한 것을 주로 쓴다는 것이다.
나씨는 식당 등에서 내놓는 참기름이 가짜가 많은데 대해 『큰 식당에선 처음부터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을 섞어 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잠실새마을시장·문용해씨(41)는 『진짜 참기름은 2흡들이에 5천원 하지만 이 값에 「진짜」를 구하기란 정말 어렵다』며 흔히 「재벌 짜기」나 3벌 기름을 속아 사기 일쑤라고 했다.

<판별 법>
「인스턴트」참기름을 살 경우 이름 있는 회사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기름을 짤 때도 소비자가 직접 기름 집에 입회, 기름을 짜 가지고 오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참기름은 독특한 향과 맛 때문에 혼합참기름일지라도 정학한 구별이 어렵다. 묽은 색깔에 불순물이 뜨고 뒷맛에 비린 맛이 남을 경우 일단 불량품으로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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