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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기류(4)발기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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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각 정당의「쇼·윈도」격인 발기인의 명단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원내진출을 겨냥한 지역구조직책을 맡으리라는 점에서 발기인경쟁은 뜨거웠다.
불과 4, 5개월 앞으로 다가선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 대한「첫선」이란 점에서 각 정당들은 저마다 발기인 인선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어떤 정당은 호재가 남아돌아 선별에 애를 먹었는가 하면 몇몇 정당에서는 맘에 차는 사람이 적어 벌써부터 「다당화시대」의 주연과 조연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개혁주도세력들이 주도한 민주정의당의 발기인 선정기준은 그 면면으로 보아「참신한 신인」을 우대하되 국민대표성과 신구세력의 무리 없는 조화·승계라는 점에서「양심적인 기성인물」도 폭넓게 수용한 인상이다.
과거 공화당도 그랬다시피 발기인이 모두 의회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민정당의 1백5명중 일부가 지역구에서 뛰고 그와 비슷한 숫자가 전국구후보로 진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관계자의 얘기.
발기인중 현「파워·엘리트」들과 연령 면이나 실질적인 면에서 긴밀한 협조와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4년 제 정규육사출신은 주요당직자로 내정된 권정달씨(15기), 이종찬씨(16기),를 비롯, 권익현·김 식·안교덕(11기), 최낙구(12기), 오한구(13기), 배명국(14기), 강창희(25기)씨 등 이 있다.
군의 선배 격으로는 김영선(전 중정차장), 이범준(항만청장), 천영성(예비역 공군소장)씨가 들어 있다.
발기인과 조직책을 합쳐 10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정당에 참여할 사람은 20∼25명 정도.
▲구 공화당출신은 정래혁 최영철 정석모 하대돈 유경현 임영득 남재희 정휘동 정동성 변정일 이태섭씨 ▲구 신민당은 한병채 박권흠 김종기씨 ▲구 유정회는 신상초 김윤환 정희채 이량우씨 등 인데 구 공화당에서는 호남출신(4명)이 많이 참여했고 구 신민당에서는 경북출신이 3명으로 많은 것이 대조적이다.
전직 관료출신은 최근까지 정부에서 일한 황인성씨가 눈에 띄며 황산덕 이용희씨는 학자출신 관료다.
법조계에서는 입법의원(윤길중 정희택 김사룡 이진우 이범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각 지역사회에 기반이 있는 소장 층(조정제 나석호)이 가미됐다.
실업계에서도 착실한 신인들이 많이 참여했고 언론계에서는 국장·논설위원급 6명(봉두완·김용태·심명보·노철용·박경석·김정남)이 망라됐으며 음악가와「탤랜트」(이낙훈)까지 끼었다.
민주한국 당이 17명의 주비 위원(10대의원)외에 30명의 발기인 선경에서 짧은 준비기간이지만 각계를 고루 망라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나타나 있다.
특히 과거 야당이 신인을 발굴함에 있어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던 실업계에서 이형배·양재권씨를 발굴한 것과 김태수씨(태창문화 사장)를 끌어들인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또 언론계의 손세일·김도현씨, 법조계의 목요상·박병일씨, 여성계의 황산성씨도 눈에 띄는 사람들이다. 의사 이정빈씨와 전 노총간부 박영성씨도 이채롭다.
그러나 재야「케이스」로 들어온 김판술 이태구 유옥우 윤댁중씨 등은 한때의 화려한 관록으로 야당재건과 정통성확립에 일조는 되겠지만 휴지기간이 길었다는 점에서 선거와 결부한 당로 확장에의 기여도는 미지수라 하겠다.
당료 출신의 발기인을 보면 야당 원로 및 과거 계파「보스」들을 의식한 것 같은데 윤기대씨는 윤보선씨의, 정진길씨는 이철승씨의, 채규희씨는 고흥문씨의 측근이었고 서석재씨는 김영삼씨 계, 심종구씨는 신도환씨 계였다.
게다가 재일 동포 박태달씨는 유치송씨 계로 과거 신민당공천경쟁에 나섰던 사람이며 김상흠씨는 인촌 김성수씨의 아들이어서 이래저래 따지면 많은 사람이 진작부터 야당의 울타리 안에서 활동했던 사람으로 순수 신인은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때문에 과거 이철승씨가 자기사람의 신인 조세형씨 한 명을 국회의원 만드는데 얼마나 고초를 겪었느냐는 일화와 결부해 민한당이 체질개선에 신인영입을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룰지 주목된다.
구 여권은 민정당 참여가 좌절된 구 공화·유정회 출신의원들을 중심으로 창당이 추진되고 있는데 지도자·정강정책의 빈곤, 자금·조직의 와해라는 4중고 속에 진통하고 있다.
당의 사령탑 격인 김종철·양찬우·김용호·고재필·이만섭·윤인식씨 등 중진들은 정치에 뜻이 있는 10대의원 30여명을 대상으로 포섭을 벌이고 있는데 20여명은 이미 체념적 동의를 했고 10여명은『민정당이 아니면 정계은퇴』라는 각오를 갖고 있다는 것.
창당발기에 동의했거나 포섭대상인 10대의원을 출신 시-도별로 보면 정희섭(서울), 양찬우·김재홍(부산), 김영광·윤국노(경기), 손승덕·신철균·김룡호·장승태(강원), 이종근·이해원(충북), 김종철·이준섭·장기선·심융택(충남), 백영훈·이호종·이종률(전북), 고재필·전부일·이도선·한갑수·김용호·고귀남·윤인식·이정식(전남), 이만섭·박정수·김영수·김충수(9대), 윤 식·이종식·변우량·신광순(경북), 김종하·조병규·김상석·조일제·조홍래·노인환(경남)씨 등이다.
구 여권은 3일쯤 발기인모임을 갖고 민정 민한 민사당 보다 늦게 창당준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혁신이념정당인 민사당은 모처럼의 호기를 맞아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지도층의 고령화, 오랜 참여단결로 인한 정치 현실에의 미 숙련, 구성원의 생활고와 이론무장부족, 고질적인 분파주의 등으로 선거를 통한국민정당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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