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48만 중 20만 명 모병제 선발 … 세계적 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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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세는 ‘모병제’다. 많은 국가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군 병력 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기보다는 소수정예의 현대식 군대로 개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중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이 대표적이다.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2008년 대선 때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며 모병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병제 전환을 통해 27만5000여 명인 병력을 21만5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2011년부터 기존의 징병제에 부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해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턴 1994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남성의 병역 의무를 면제하고 4개월간의 군사훈련으로 대체했다.

 러시아는 2002년부터 모병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징병제와 계약 모병제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군 48만 명 중 40% 정도가 모병제로 선발됐다. 나머지는 징병제로 충원된 군인들이다. 러시아군은 2020년까지 전체 병력의 대부분을 계약에 따른 모병제로 충원할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은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 대부분 전면 모병제로 전환했다. 프랑스(96년), 이탈리아(2004년), 독일(2011년) 등이 잇따라 징병제를 폐지했다.

 정주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안보 위협의 감소로 인해 징병제에 대한 개연성이 약화됐다”며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합하거나 모병제로 전환하는 게 대체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은 여성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등 아직도 징병제를 고수하고 있다.

 모병제 전환의 부작용도 작지 않다. 대만의 경우 직업군인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지난해 9월 전면 모병제 전환 시기를 2015년 1월에서 2017년 1월로 2년 연기했다. 부족한 군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국방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투표를 통해 모병제 전환을 전면 재검토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징병제와 모병제=징병제는 관련 법령에 근거해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병역의 형평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강제성과 낮은 보수가 특징이다. 모병제 는 직업군인으로 군대를 유지하는 제도다. 징병제보다 보수가 높고 전문성이 강화되지만 특수 계급화될 수도 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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