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부터 알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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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 세계 120여 개국 수학자 5000여 명이 오늘 서울로 모인다. 수학의 올림픽으로 알려진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사상 처음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식과 수학 석학들의 학술 강연, 신진 학자들의 연구 발표 등 행사가 21일까지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번 행사가 수학을 평생 연구하는 학자나 소수의 수학 천재를 위한 자리는 아니다. 수학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된 다채로운 자리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한다. 수학은 과학의 기초이며, 첨단 기술 개발의 기본이 되고, 논리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하다는 점에 대다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취학 이전부터 중·고교 졸업 때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문제 풀이에 질린 대다수 학생에게 수학은 여전히 재미없고,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과목에 불과하다. 한국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하나 이 과목에 대한 흥미도나 자신감이 바닥 수준인 것은 문제 풀이 위주 교육방법에 그 원인이 있다. 오죽했으면 이번 수학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조차 “논리적으로 생각할 시간도 안 주고 문제만 풀라고 했기 때문에 나도 고교 시절에 수학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겠는가.

 우리의 학교와 교사는 왜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의 수학 교육과정이 적정한 분량과 범위를 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단순히 수학을 잘하면 대학 갈 수 있으며, 나중엔 취업이 잘된다는 현실적인 필요만으로는 수학에 지친 학생들에겐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보다는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는 보편 타당한 질서와 논리를 찾는 게 수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줘야 한다. ICM의 주제가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인 것처럼 수학은 바둑에도 컴퓨터에도 있으며, 손을 뻗으면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의 수학교육에 변화가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