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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휘말린"식량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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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세계가「식량 비상시대」에 돌입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금년 농사를 망처 절대적인 물량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수입경쟁이 치열해 지고 값도 강세이다. 「식량난」은 금년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본사는 식량특별 취재반을 편성, 전세계를 돌면서 식량문제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편집자 주】
세계 인구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데 식량 생산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제3세계의 5억 이상되는 인구가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빠져있다.
특히「아시아」와「아프리카」지역에서 사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저개발국 수입 늘어>
FAO(세계 식량 농업기구)조사에 따르면「아프리카」에서는 70년대에 인구 증가율이 3%나 되는데 비해 식량생산 증가율은 연평균 2%에 불과했다. 인구 비율로 볼 때는 10년전보다 10%의 감산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더우기「유럽」에서는 올해 10년전보다 식량이 감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70년대 초에는 저개발국가들의 연간 곡물 도입량이 5천2백만t이었으나 올해는 8천8백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86년에는 수입량이 9천4백만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년간 이들 저 개발국가들이 지불한 식량도입 대금은 1천7백만「달러」였는데 이것은 이들 나라의 총 수출액의 3분의1에 해당된다.
그러나 세계의 식량문제는 전체 규모로 볼 때 굶어죽는 일이 생길 정도로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요·공급의 지역적 불균형이다.

<외국 의존 벗어나야>
미국처럼 식량 잉여국이 있는 반면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나라도 있다.
이 때문에 곡물이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곡물 동맹과 무기화의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식량유통이 잘 된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식량 전망은 어둡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식량 전망은 그렇게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최근 각국에서 농업과 식량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만일 세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이 농업에 대한 투자를 해마다 배로 늘려 나간다면 20세기 말에 가서는 세계의 영양실조 연구가 현재의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식량과 농업투자를 늘린다는 전제조건 아래에서의 낙관론이다.
이같은 어려운 사정에 놓인 세계식량 문제에 대해 FAO사무국장「에드와르드·사우마」박사는 다음과 같은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첫째, 개도국들은 외국 의존에서 탈피해 식량의 자급자족을 이룩해야 한다. 현재 예산의 8%정도에 불과한 농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농민의 생산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중요하며 농민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농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유엔」은 선진국들이 최소한 GNP의 0·7%를 개도국에 할애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실제 지원액은 GNP의 0·3%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공장·도로 등에 치우치고 농업 개발사업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고 지원자금 가운데 최소한 3분의1은 농업 부문에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 질서 확립 시급>
세째는 신국제 경제질서의 전제로 새로운 곡물거래 질서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식량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서는 이상적인 국제 경제 질서가 확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은 부국의 시장이자 원료 제공국이므로 선후진국이 마주앉아 식량을 해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우마」국장은 또 최근 일부국가들이 식량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에 대해 『이는 분명히 식량을 구득할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 곡물의 원활한 국제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반
김옥조<보도국 동경 특파원>
김건진<편집국 워싱턴 특파원>
우석호<보도국 경제부차장>
김재혁<편집국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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