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담 제안한 19일 … 한·미 연합훈련 기간 해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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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일 꺼낸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는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돌파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 왔다. 남북은 2002년 6월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제2연평해전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추석 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풀어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당국 관계는 악화일로였지만 올 초 설 맞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협의하느라 양측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런 전례로 미뤄 북한도 일단 우리 측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월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의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대남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평양 측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강조했던 것도 북한의 대남 전략가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원광대 총장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해 온 점을 고려하면 회담에 응할 것”이라며 “다만 회담 날짜를 수정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남북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기만 한다면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에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고위급회담 때도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전례가 있고, 당시에도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 중이었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진행됐다. 인천 아시안게임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 파견 문제도 어렵지 않게 뜻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 중 판문점 대면을 부담스러워 하거나 우리 측이 제안한 회담 날짜(19일)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오해할 경우 상황은 꼬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한 북한의 거부감도 여전하다. 지난 10일 미얀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석상에서도 북한 이수용 외무상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백해무익하다”거나 “전면 배격한다”고 공격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북한 측이 ‘최고존엄 훼손’을 언급하며 상호 비방 중지를 요구하고, 5·24 조치 해제 등에 매달릴 경우 남북관계의 훈풍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근식(정치외교학)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6월 말에 국방위가 상호 비방을 중지하자는 성명을 발표한 이후 김정은과 체제에 대한 비판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회담장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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