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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퍼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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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아득한 우주속에선 일대「쇼」가 벌어지고 있다. 유적 가운데 금성·목성·토성이 서로 접근, 지구인의 눈엔 마치 세별이 한줄에 서있는 모양을 하게 된다.
10월31일부터 11월4일 사이에 벌어질 자주「퍼레이드」다. 금세기로는 마지막 공연(?)이다. 향후 20년, 따라서 21세기에나 다시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한다.
새벽 해뜨기 전 동쪽 하늘 그믐달 주번에 나타날 이들 세 별의「쇼」는 우리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31일엔 금·목·토성순, 초하루부터 4일까지는 목·금·토성 순. 요즘의 일출은 새벽6시 이후여서 바로5시 무렵이면 그런 별들의 행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화제는 역학자들의 예언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원로 역학자인「야스오까」(안강정독) 옹은 벌써 연초에 그와 같은 주장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자아냈었다. 유성들이 곤두서는 얼은 극히 희귀한 경우이며 더구나 올해 경신년은 금기가 드센 해라는 것이다. 이른바 양인(양인)살이 끼었다고 한다.「인」자는 칼날이라는 뜻이다. 역학자들이 천하대난을 걱정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고
그러나 세상사 인간사를 천체 운행에만 맡겨놓는 자세는 올바른 삶의 태도는 아니다. 그 보다는 역경을 헤치고 나아가는 진취적인 삶의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
현철들은「안심 입명」이라고도 말한다. 역학도 그 자체의 이론에만 묶여 모든 사물을 해석하려하면「부역」의 경지에 빠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역학의 묘미는 음양의 조화를 찾는데 있다는 주장이다.
흔히 음기는 나쁘고 양기는 좋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그 보다는 이 두 가지의 조화속에 인생의 화평을 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득한 자시의 세계를 놓고 공연히 우리의 삵을 분별하려는 것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범인의 편견인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각자가 착실하게 자신의 생을 개척하는 자세가 더 현명할 것도 같다.
예부터 인류는 우주의 신비에만 심취해 낯설고 이상한 광경이 하늘에 벌어지면 곧 자신의 삶과 환경부터 돌아보았을 것 같다. 천체의 운행에 마음을 쓰는 일은 그런 오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언제나 신중과 조화와 자생의 자세를 잃지 않는 태도는 탓할 것이 없다. 그것이 바로 성실한 삶의「모럴」일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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