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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땐 도망갔다 이제와서…" 박영선, 강경파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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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왼쪽)이 10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면담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유가족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진 = 김형수 기자]

▶세월호 가족 대표단=“저희는 협상무효를 원합니다. (유족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합니다.”

 ▶박영선=“2년이고 3년이고 계속하실 거예요?…(중략)…(협상무효에) 전원 만장일치 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유가족 전체 의견이라고 생각 안 합니다. 대표단 중에서도 저한테 (협상에 동의한다는) 문자와 카카오톡 보내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도 유가족이고 국민인데 (그 얘기는 안 듣는다면 대표단이) 독단적인 얘기를 하는 거지요.”

 10일 오후 1시 국회 본청 정문 앞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표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질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거나 아니면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기존의 요구를 접었다.

 대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수사권을 갖되 특검보를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파견해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가 유가족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날 유가족들을 설득하러 만난 박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도 밀리지 않고 응수했다.

 이들을 만나기 전 비대위 내부 회의에서도 박 위원장의 입장은 분명했다.

 그는 참모들이 여당과의 ‘재협상’을 건의하자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마라. 난 애초부터 그거(수사권) 하지 말라고 했다”고 잘랐다.

 회의에선 자신을 재협상 쪽으로 모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협상하는 동안에) 자기들은 해외로 놀러 다니고, 싹 다 도망간 거 아니냐. 다 놀다가 이제 재협상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위원장 혼자 당내외의 강경론과 싸우는 형국이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에선 “재협상 하라”는 강경론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협상 타결 이후 문재인 의원이 9일 트위터에 “유족들이 동의 못하면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한데 이어 10일엔 정동영 상임고문이 “진정 당을 살리는 길은 유가족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선 11일 오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박 위원장이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 없는 ‘추가 협상’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박 위원장이 끝까지 버티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박 위원장 본인도 10일 유족들과 만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부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말씀하시는 특검 추천방식(유가족이 추천하는 형식)을 좀 더 고민해 보고 진지하게 노력해 보겠다”며 “(특검)협상은 아직 안 끝났고 과정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청문회 증인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세월호특별법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청문회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장 등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나 새누리당이 거부하고 있어 증인 채택 문제가 협상 ‘파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지상·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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