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가짜…사원도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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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복덕방 뒷방 빌어 「무역회사」사무실 차려 전화한대 놓고 해외주재원 신분증 남발 | 미장공이 무역과장으로
회사도 가짜, 사원도 가짜였다.
무역희사 사원을 가장한 해외이주 기도사건은 경찰수사 결과 처음부터 끝까지 가짜 투성이었다.
「동아실업」「대유실업」「대한장사」「영진물산」「서흥물산」 등은 기존 유명 무역회사의 이름과 착각하기 쉬우나 실제는 복덕방·제본소·지하창고 등에 전화기 1대만 임대, 가설해놓은 유령회사였다.
주범이종태씨(40·수배중·서울여의도 공작「아파트」) 등이 지난 7월 설립한(?)유령회사 영진물산의 사무실은 서울 망우동 435 모 복덕방 뒷방으로 전화(33 9604)는 중모씨에게서 월 4만5천원에 빈 것.
또 동아실업 사무실 역시 서울 인현동2가 S제본소 지하실이며 전화는 이 제본소 것을 빌었으며 대한상사·대유실업·서흥물산 등도 사무실은 이종태씨 「아파트」이며 모두 임대전화기 1대뿐인 유령회사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청진동 근처 다방을 돌아다니며 「해외출국」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는 손님에게 접근, 『무역회사직원 자격으로 쉽게 해외에 내보내 주겠다』고 유인하거나 이웃과 해외에 나가있는 친지들을 통해 출국 희망자들을 모았다.
「미끼」가 일단 걸려들면 『미국·「캐나다」 등지에 가기만하면 매달 1천5백「달러」짜리 일자리를 구하기는 누워서 팥떡 먹기』라고 유혹했다.
이같은 꾐에 걸려든 출국희망자 가운데 대부분이 「무역」과 거리가 먼 사람들.
50만원을 주고 동아실업 「디자인」부장직을 얻어 여권을 신청한 이모씨(33·여·서울 신대방동)는 맥주「홀」주인이며 「동아실업 무역과장」 윤모씨(36·서울성산동)는 식당 종업원, 「영진물산 무역과장」김모씨(41·서울 흑석동)는 미장공, 「대한상사 영업부장」도모씨(42·서울 장위동)는 복덕방업자다.
또 틀림없이 비행기를 탈 줄 알고 생업이나 학업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
M대학 졸업반인 송모군(23·서울개포동)은 「영진물산 기획부장」자격으로 출국하는 날만 굳게 믿고 대학을 중퇴했으며 장모씨(36·서울 화곡동)는 시골 양조장을 매각 처분했고 이모씨(40·서울 신림9동)는 전파사를 팔아치웠다.
이 사건을 맡은 한 수사관은 『미국에만 가면 모든 것이 쉽게 척척 풀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해외병자(순외병자)」들이 있는 한 이같은 사건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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