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공이 바라는 건 한반도의 현상유지-「세계 정치 속의 공산권」주제 국제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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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관계연구소(이사장 최종기 교수)가 주최하는 제10차 국제학술회의가 「세계정치 속의 공산권」을 주제로 23∼25일까지 「호텔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의 「버논·아스투리안」교수(「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일본의 지수속웅 교수(동경외국어대), 안병준 교수(연세대)등 국내외학자 50여명이 참가, 중·소의 동「아시아」정책과 일본의 방위정책 등에 관한 13편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다음은 주요 발표내용이다.
◇소련의 동「아시아」전략(지수속웅 교수)=자국안보와 국제적 「파워·게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련은 동「아시아」전략의 기본목표를 국경을 따라 친소적 혹은 중립적인 완충국가의 고리를 만드는데 두고 있다. 구체적 전략목표는 ▲미국의 정치적·군사적 영향력 배제▲중공의 약화 또는 친소화 ▲일본에의 영향력 증대 ▲미·일·중의 반소 동맹관계 결성저지 ▲한반도의 중공·일본에 대한 완충지역화 ▲인지반도와 「아세안」국가들에의 영향력 확대 등이다.
그러나 최근 미·일·중의 연결을 막지 못하는 등 동「아시아」에서의 소련 영향력은 후퇴했고 그 반동으로 소련은 대「베트남」관계를 강화하고 「아시아」지역의 군비를 다시 증강했다.
중·소 관계는 적어도 80년대 전반까지는 호전되지 못할 것이며, 대일 관계에선 경제적 접근 등의 회유와 위협의 정책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북한과의 유대를 강화하려하나 북한은 중공을 의식하므로 소련의 「이니셔티브」는 제한 받고 있다. 대 한국관계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므로 결국은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유지하려할 것이다.
◇중공의 동「아시아」정책(안병준 교수)=중공 외교의 공식목표는 반 패권주의로 집약된다. 중공의 세계 조망은 미·소의 제l세계, 「유럽」「캐나다」의 제2세계, 중공·아가 및 중남미의 제3세계로 나뉜다는 「3개의 세계이론」에 입각한다. 중공은 특히 「패권주의적」소련을 자국안보의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이에 대항키 위한 미·일·서구와의 연합전선도 불사한다.
중공의 대 한반도 정책은 다른 강대국들을 목표로 하는 맥락 속에 있다. 공식적으로 중공은 북한 정책을 지지하나 사실상 「l개 민족 2개 국가」의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다. 북경은 또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에서 「아프가니스탄」「캄보디아」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소련의 반응(최창윤 국방대학원 교수)=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한 소련의 태도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중요 순으로 들어보면 ▲지정학적관심 ▲중·소 분쟁 ▲미·소 관계 ▲소·북한 관계 ▲소·일 관계 등이다.
이들 요소를 종합해 볼 때 미군이 계속 주둔할 경우 소련의 이점은 ▲동북아·한반도의 현상유지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 가능성 ▲북한의 계속적 대소의존 ▲「데탕트」의 유지▲일본의 대 소 경제적 관계유지 등이며, 반면 철수하는 경우엔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남한을 장악할 수 있다면 소 극동함대의 세력이 막강해지며 대일 영향력도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미군 철수 후 북한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경우 소련엔 손실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즉 ▲미·소 관계가 악화되고 「데탕트」가 위협받으며 ▲한국동란 때처럼 중공과의 대립이 불가피하며 ▲중공의 대 북한 영향력이 커질 것이고 ▲일본의 반소 감정을 자극, 본격적 재무장을 촉발하고 미·일·중 동맹을 공고히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군 철수에 대한 소련의 태도는 철수를 원하는 쪽으로 기울면서도 실질적으론 미군의 상징적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양면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소련에서의 한국연구(김용남 외교안보 연구원 교수)=소련에서의 한국연구 정도는 한국의 소련연구보다 5배 이상 된다.
한국연구기관은 많으나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소련과학 「아카데미」소속 동양학 연구소와 극동연구소등 2개 기관이다. 동양학 연구소는 1930년 창설됐으며 「한국·몽고·베트남」부의 부장을 한인3세로 알려진 「세르게이·페트로비치·김」(50)이 맡고있다. 이곳에선 지난30여년 동안 1백2명이 한국관계연구로 박사학위를, 15명이 「중 박사」(전문박사)학위를 받았다.
극동연구소는 50년대 중반에 세워진 일종의 정책연구소로 소련외무성·KGB 등이 후원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한국은 독립부서로 나누어져 연구되고 있다. 이밖에 국제관계 및 경제연구소(IMEMO)가 체계적으로 한국을 연구하며 「모스크바」「레닌」「키에프」대 등 큰 대학교에서는 동양역사 철학과 안에 한국연구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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