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약세에도 코스피는 강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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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21면

8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23.41포인트(1.14%)가 내려간 2031.1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뉴시스]

국내 증시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위상 변화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8일 종가는 전날보다 3.1% 하락한 125만 원. 지난달 31일 ‘주당 500원 중간배당’을 발표한 이래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가는 지난 3월 25일 이후 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주가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시가총액도 184조1242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 한 주 동안만 시가총액에서 6조1800억 원이 빠졌다. 때문에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년5개월 여 만에 최저치인 15.14%로 작아졌다. 이는 2012년 3월5일(14.97%)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배당 실망 매물이 이어지면서 140만 원을 넘겼던 주가도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대장주 삼성전자 증시 위상은

삼성전자의 약세는 주력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성장동력이던 스마트폰 판매의 부진 탓에 2분기 실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전자의 약세와는 달리 코스피 지수는 선방하고 있다는 평이다. 실제 지난달 11일 1988.74포인트이던 코스피 지수는 8일 2031.1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기침만 해도 코스피는 몸살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삼성전자처럼 특정 기업이 전체 주가 지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해외에서 드물다. 기껏해야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 스웨덴 전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중 40%를 차지했던 게 전부다.

최근의 ‘삼성전자 약세와 코스피 강세’현상과 관련해 우리투자증권의 하재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형주 지수의 강세와 중형주 지수의 고른 약진이 확인되기 때문에 코스피 전체적으로는 상승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좀 더 이어지더라도 코스피의 상승세는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주 약세는 삼성전자만의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도 8일 50조3332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5.2%로 전년 동기보다 7.4%포인트 하락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추격도 버겁다. 하지만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기존 소송의 전망도 과거보다는 밝은 편이다. 1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액 지급 판결과 관련해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치면서 배상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다, 1심과 달리 애플과 삼성전자 양사 모두 상대방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애플과의 이번 합의가 미국 이외 지역의 소송 관련 불확실성이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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