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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식 수업으로 전인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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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체국에서 하는 일.
선생님이 칠판에 큰 글씨로 그날 공부할 과제를 쓴다. 4∼5명씩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책상을 맞대고 앉은 꼬마들의 토론이 시작됐다.『우체국은 편지 부치는 곳 아니가.』『우표도 판다.』『소포도 부친다.』『소포가 뭔데?』
『소포도 모르나.』 와 물건같은거 봉투에 싸서 보내는 거 말이다.』『그래 맞다. 우리집에도 왔다.』
『우리 저금도 우체국에서 안하나.』
어머니, 아버지 또는 언니에게 미리 물어온 우체국에 관한 지식을 서로 털어놓으며 우체국이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아내기에 꼬마들은 열중이다.
선생님은 교실을 돌며 토론을 거들어 주기도 하고 조용히 앉아만 있는 학생에게는 옆에 앉아 교과서의 우체국과 우체통그림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 주기도 한다.
토론이 무르익자 교실안은 꼬마들의 떠드는 소리로 장바닥 같다.
토론에는 참가하지 않고 교과서를 열심히 읽거나 우체통 그림을 그리는 학생, 서로 장난을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더러 화장실을 가느라 들락거려도 말리지 않는다.
대구 평광국교 2학년 사회 수업시간. 얼른 보아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교실풍경은 사실은 조용한 교육혁명의 실험실 모습이다.
지금까지 한학급 70∼80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교과서위주로 담임교사가 일방적 지식 주입밖에 할 수 없었던 교육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교육혁명이 진행중이다.
서당(서당)식 교육-. 경배도 실험학교로 지정된 평광국교(교장 권태정·60)의 새로운 수업방식운 과거 서당의 교육방식을 현대화한 것이라는데서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큰 의미도 있다.
1교시, 2교시하는 수업시간 구분이 없다. 아침 등교해서 점심 먹을때까지, 점심식사후 하교때까지 오전·오후수업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때문에 수업시작을 알리는 총소리도 필요없다. 출석도 부르지 않는다. 출석은 교실뒤편에「플라스틱」으로 만든 출석판에서 학생들이 자기 이름만을 뒤집어 놓으면 된다.
수업은 담임이 짜놓은 교판지도계획에 따라 그날그날 학습할 과제와 단원만 주어진다.
오전수업이 국어·산수·사회·자연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은 과목부터 공부를한다. 하다가 싫어지면 다른 과목으로 바꾼다. 쉬고 싶으면 쉬고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아무때나 간다. 교사는 교실을 돌며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준다. 질문을 받아주고 실력이 뒤떨어진 학생들의 공부를 생들은 개별지도를 해준다. 과목과 단원에 따라 「그룹」토론으로 학습을 하기도 한다. 체육은 1∼6학년 전교생이 맨손체조·육상·배구· 축구등 취미에 따라 편을 라 함께한다.
평광국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같은 서당식 교육을 실험할수 있었던 것은 1학년 19, 2학년 19, 3학년 20,4학년 27, 5학년 29, 6학년17명의 전교생을 합해야 1백31명밖에 안되는 작은 학교라는 여건의 덕분. 옛날 서당처럼 담임교사가 학생 하나 하나를 돌보는 전인교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3윌 학기초부터 시작된 서당식 수업은 처음엔 혼란도 있었다. 학생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놀기만 하거나 그룹이 토론에 끼지 않거나 한눈을 파는 등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차차 「스스로의 노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즐거움」을 깨우쳐 가면서 달라졌다.
고준환교무과장(43)은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도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학교가 즐거운곳이 된 것이다. 아이들의 태도도 훨씬 발랄하고 씩식해졌다.
표정도 밝고, 자신감이 있고 탐구적이 됐다.
4학년 우출련양(11)은 『학교 가는것이 즐겁다』고 했다. 우양의 아버지 우돈정씨(53)는 내성적이던 딸의 성격이 활발해졌고 『뭐든지 너무 많이 물어 귀찮을 정도』라며 대견해 한다.
평광국교익 교육혁명가운데 수업방식의 혁명과 함께 또하나의 핵심은 학습평가방법. 1등도 꼴찌도 없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이 교과단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구두로 평가해 통지표 대신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학생의 잘하는 것과 잘못하는 것을 알려 교사와 부모가 부진학과의 보충, 숨은 재능발굴에 힘을 모으자는 배려다.
서당교육 7개월의 성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해인 경북도교위 초등과장은 『학생들의 무엇을 해보려는 의욕이 높아지고 민주적 생활태도를 몸에 익히게 됐으며 학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하고 82학년도 부터는 평광국교와 여건이 비슷한 3백∼4백개의 면소재지학교에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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