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사진은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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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10만 명을 돌파한 퓰리처상 사진전을 기획한 시마 루빈 뉴욕 BEI 대표. “글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사진은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퓰리처상의 보도사진 부문은 1942년 시작됐다. 그해를 대표하는 수상작 한 장 한 장이 쌓여 역사를 이루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 ‘역사’는 1998년에야 제대로 모였다. 시마 루빈 당시 니혼TV 프로듀서는 94년 퓰리처상 수상작들로 전시를 열 계획을 세웠다. 퓰리처상을 주관하는 컬럼비아 대학을 찾으면 쉽사리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먼지 쌓인 창고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상작들의 원본 필름을 찾아 미국 전역의 신문사·통신사 등에 연락했다. 은퇴한 사진부장들도 찾았다. 4년이 걸렸다. 235건의 자료를 찾아 도쿄에서 첫 퓰리처상 사진전을 열 수 있었다. 전시는 이듬해 서울로 이어졌고,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했다.

 “전시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콘텐트의 힘이다.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인생·전쟁·행복에 대해 성찰 한다. 매년 새로운 수상작이 나오므로 이야기가 더해진다.” 뉴욕의 문화기획사 BEI 대표 시마 루빈의 회고다.

 ‘순간의 역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퓰리처상 사진전’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모든 사람은 역사 속에 살고, 숱한 역사적 상황을 겪지만 당시엔 신경쓰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 중요성을 깨달을 뿐”이라며 “기획자로서 내 일은 사람들이 사회·문화적으로 놓친 고리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16년간의 순회전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전시로 최다 방문객(30만명)이 몰린 2010년 서울전을 꼽은 그가 전한 이번 전시 개막 전날의 이야기다. “전시장을 점검하러 나갔더니 청소하던 두 아주머니가 맥스 데스포의 6·25 전쟁 특별전에 나온 사진을 찬찬히 보다가 ‘감사하다,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있었다’고 말해줬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10만명 이상 관람=6일 오전 사진전에는 특별한 손님이 들었다. 개막 후 42일째 맞이한 10만 번째 관객이다. 휴가를 맞아 서울 수유동에서 한 살배기 아이와 함께 온 장혜진(31)씨 부부다. 8월 중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까지 연장 개관한다. 매표 마감은 오후 8시 30분이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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