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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깨끗한 사회의 정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날의 비리와 불신·갖가지 폐습을 청산·일소하는 사회정화 운동이 그 동안 공권력에 의한 충격료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식개조, 전반적인 사회개혁이란 측면에서 볼 때 이제 그것은 한 전기를 찾은 것에 불과하다.
권력형 부정 부패의 척결·공직 사회의 숙정에서부터 불량배소탕·사회질서 확립에 이르기까지 사회병폐를 퇴치시키기 위한 행정적·법적·제도적인 조치는 일시적인 충격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이 「무브먼트」의 성공을 가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새시대가 지향하는 「밝고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을 위한 필수적 요청이기도한 이 운동은, 그러나 물질적·제도적 개혁과는 달리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린 작업이란 사실을 명령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사회정화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우리사회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정신풍토의 조성, 올바른 가치관의 재정립이란 말로 요약하고자 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 건강한 도의사회의 실현이란 말로도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사회의 가치관이 근저에서부터 흔들린 것은 서구문물의 도입과 때를 같이하고 있다.
유교사상을 근간으로 했던 전통사회에 서구산업사회의 가치관이 무턱 들이닥친 데서 전통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 낡은 것과 새것의 어쩔 수 없는 상충이 빚어졌고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로 인한 격심한 혼돈과 내부 모순을 겪기에 이른 것이다.
기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며, 동서고금을 통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한 말의 석학 순열이 나라를 망치는 무거운 병으로 「우·사·방·사」의 네 가지를 든 것은 새삼 음미 해볼만하다.
그는 이 「사환」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거지」(위)를 꼽고있다. 지난날과 같은 공약의 남발과 속임수 행정 그리고 국민사이의 비리·비정·불신은 바로 「위」의 환이다. 또한 위정자가 거짓말을 환다반사처럼 할 때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고 마침내 등을 돌리게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사」란 물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로서 국가나 사회의 공박이란 본분을 잊고 사리사욕에 탐닉할 때 그 나라가 온전할 수는 없다. 「방」은 국민들의 질서의식 마비를 가리키며,「사」이란 분수에 넘치는 호사·사치스런 생활을 지적하는 말로 이러한 「4환」이 횡행할 때 그 나라, 그 사회가 건강을 해치고 마침내 멸망의 길을 걷게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정화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명하다. 「위」대신에 정직, 「사」대신 청렴한 봉사자세와 「나」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 「방」대신 국민들의 질서의식, 「사」대신 근검·절약의 미풍이 자리잡아야만 한다.
도의를 중히 여겨온 우리의 관습을 비롯해서 정직·청렴·근검·절약·이웃과의 연대감 등은 아직 우리국민의 의식 속에 면면히 살아있는 전통적 미덕인 것이다.
거친 적으로 보아 우리 민족의 명동이 이 운동의 성패여부에 달려 있다해서 과언이 아닌 이상, 지도층은 지도층대로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뼈아픈 자기반성을 하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자기가 할 역할을 찾아 부단히 실천할 때 비로소 이 의식혁명은 그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일들은 역시 국민단합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정부도 국민화합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숙정의 와중에서 옥석의 분별에 미진했던 사람들을 가려내 새 사회건설의 활력이 되도록 하는 일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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