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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본권 | 김철수<서울대 법대 교수·헌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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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입헌주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국민의 국가계약의 문서다. 기본권의 보장방법에는 자연권으로 선언하는 확인적 보장과 실정권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보장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제헌헌법과 유신헌법은 기본권을 실정권으로 규정하여 마치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하는 것처럼 규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2공화국 헌법과 제3공화국 헌법은 기본권에 법률유보 조항을 두지 않아 자연권으로 확인하였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제4공화국하의 기본권 제한을 거울삼아 이를 자연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5공화국 헌법개정안 제9조는 두번째 문항에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하여 기본권의 천부인권성을 강조했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제35조 1항)고 하여 이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하여 절대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35조 2항)고 하여 정신적 자유와 같은 절대적 기본권도 존재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제5공화국 헌법안은 포괄적 기본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제9조 1문) 있다.
이것은 주기본권으로서 모든 기본권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이에서 평등권과 자유권, 생존권, 청구권, 참정권이 구체화·개별화되는 것이다.
평등권에 관한 규정은 구헌법과 동일하다. 다만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 (제33조)고 규정하여 양성평등을 보완했을 뿐이다.
자유권에 있어서는 상당한 개정이 있었다. 제4공화국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많이 제한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었으며, 「10·26」이후 제3공화국 헌법에로의 복귀가 강력히 요망되었다. 이 여론에 따라 신체의 자유규정은 제3공화국 헌법규정으로 환원하였다. 그중 중요한 것을 들어보면 구속적부심사제·긴급구속요건·자백의 증거능력 제한·강제노역 선고 등이다.
이밖에 새로이 추가된 것을 보면 연좌제 금지 (제12조 3항), 사생활의 비밀침해 금지 (제16조),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권 (제26조) 등이 있다. 이밖에도 형사보상에 있어서의 정당한 보상청구권이 규정되어 명목적이던 보상에서 탈피하도록 하였다.
재산권 보장에 있어서는 과거의 보상이 저액이라고 하여 말썽이 되어 왔기에 이번에는 『공익 및 관계자의 이익을 정당하게 형량하여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제22조) 보상을 규정한 법률이 사회적 정당성에 입각하도록 하였다.
농지와 산지 기타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개발, 보전을 위한 조항을 그대로 두어 토지의 공개념을 도입할 여지를 두고 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에 있어서는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여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논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불필요한 규정이라고 하겠다.
오히려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 금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제 금지가 규정되었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은 국민에 대한 도덕교과서가 아니고 국가권력 제한규범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진보를 보인 것이 교육 조항과 생존권 조항이다.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교육재정, 교원의 지위들에 관하여 법률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국가는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도록 하였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존엄성의 보장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으며 상이군경과 전몰군경의 유가족 및 국가유공자의 우선적 취업기회 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29조). 또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33조).
청구권에 있어서는 정당한 손실보상 청구권과 정당한 국가배상 청구권을 규정한 것이 특색이다. 참정권에 있어서는 선거연령을 인하하지 않고 구헌법과 같이 20세로 규정하고 있다.
오늘날 기본권 규정은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상세화되고 있는데 비하여 헌법안은 지나치게 간결하다고 하겠다.
「유엔」 인권규약이며 「유럽」 인권규약과 「스페인」헌법 등이 참조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유신헌법의 악법 조항은 상당수 제거되었고 제3공화국 헌법에로 복귀된 느낌이 든다. 특히 말썽 많았던 긴급조치권을 없애고 비상조치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 비상조치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기본권 조항은 규정 자체보다도 이를 구체화하는 법률조항이 문제이며 이 법률의 합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법관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공무원의 인권의식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평생교육은 무엇보다도 인권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기본권 조항이 국제협조주의에 따라 「유엔」 인권규약과 같이 해석되고 적용되도록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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