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병사들 휴대폰 쓰게 긍정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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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인 병사들로 하여금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 육군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의 여파다. 육군본부에서 병사들의 병영생활을 담당하는 한 당국자는 6일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8사단 윤 일병 사건으로 야기된 병영생활 안에서의 구타나 가혹행위 등 부조리를 방지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성식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소장)도 이날 국방부가 개최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광고주협의회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현재 병사들은 군 입대 전 TV를 하루에 평균 1시간20분 시청하는 반면, 스마트폰을 평균 3시간씩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런 뒤 “병사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구타·가혹행위를 외부에 알리는 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할지 여부를 토론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육군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할 경우에 대비해 휴대전화에 사용통제 시스템이나 보안 앱 설치를 의무화하고, 부대 안에 보안장비를 설치하는 등 보안대책을 강구 중이다. 현재 국방부 등 군 주요 시설에는 건물 안에 들어올 경우 카메라 기능과 녹음 기능 등을 제한하는 앱이 장착된 휴대전화만 반입이 가능하다. 육군은 휴대전화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가 특정한 시간대에만 사용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일과 시간이 지나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며 “병사들도 일과 시간 뒤 보안 시스템이 갖춰진 휴대전화에 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대론자들은 아무리 완벽한 시설을 갖추더라도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윤 일병과 같은 구타나 가혹행위가 휴대전화가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군은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가 발각될 경우 영창 등의 징계를 취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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