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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공휴일과 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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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16년부터 일본은 공휴일 하루를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8월 11일을 ‘산의 날’로 제정한 것이다. 일본 산악회가 주도해 이끌어낸 결과로, 매년 7월 셋째 주 월요일이 ‘바다의 날’인 만큼 물이 있으면 산이 있는 법이니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기본 취지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휴일을 가진 나라의 하나로, ‘산의 날’이 추가되면 모두 16일이 법정 휴일이 된다. 대한민국도 공휴일이 꽤 많은 나라로 꼽히는데, 설날과 추석 연휴를 합해 모두 15일이다. 중국의 경우 공휴일은 7일뿐인 것으로 되어 있지만 춘절(春節-구정)의 최소 일주일 연휴를 합치면 결코 공휴일이 적은 나라가 아니다.

 이에 비해 유럽 국가들의 공휴일은 아시아보다 적다. 가장 많은 나라인 스페인이 14일이며 영국·네덜란드가 8일, 독일은 10월 3일 통일기념일이 추가돼 모두 9일이다. 과거의 공휴일은 그 본래의 뜻을 되새기고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았지만, 이제 공휴일이란 대통령이나 총리의 기념사와 판에 박힌 공식 행사를 제외하고는 그저 휴일이거나 여행과 쇼핑문화로 대체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독립기념일을 비롯해 공휴일이 모두 열흘이지만, 자본주의 나라답게 수많은 쇼핑 데이가 공휴일 못지않게 많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공휴일 자체가 거의 모두 쇼핑과 연관되어 공휴일의 소비가 미국 내수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탄절 다음 날인 박싱 데이(Boxing Day),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다. 대개 1년 매출의 70% 이상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이외에도 별별 쇼핑 데이를 만들어 소비를 이끌어 내려고 하니 오죽하면 ‘바이 나싱 데이(BND=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11월 마지막 토요일)’까지 있을까.

 장사꾼들의 장삿속은 끊임없는 소비를 이끌어 내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나라에도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 등 상혼이 만들어낸 어색한 기념일(?)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어머니날·아버지날 등등이 따로 있고 온갖 기념일이 다 있어 그때마다 특수를 노리고 소비를 자극한다. 상인들 심정으로라면 1년 365일이 모두 기념일이면 좋을 게다. 일본의 첫 ‘산의 날’이 다가오면 엄청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유급 휴일이 또 하루 추가되면 기업이 입는 손실은 크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니 경기 부양에 다급한 일본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