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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음모 정치의 종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 헌법이 확정되고 이애 따른 대통령 및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정치활동이 몇달 뒤에는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새로운 정치체제의 전개에 즈음해서 정계개편과 정치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정계의 움직임은 차차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바있는『민주주의의 토착화』란 새시대의 명제를 실연시키기 위한 대전제로 제시된 것이며 따라서 폐습에 물든 정치인들의 추방은 시대적 요청기도 하다.
전대통령은 과거와 같은 선동·파쟁·권모·사술·부정·부패 등이 판을 치던 정치풍토 속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폐습에 물든 정치인들에겐 정치를 맡길 수 없다는 소신을 피력했었다. 이 같은 각종 비리가 우리의 정치발신을 저해한 속대요인이었음은 이제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모든 정치적 비리와 폐습이 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함께 무책임한 선동행위·음모정치가 정치풍토 전반에 미친 해독은 실로 엄청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동이나 권모술수는 정치의 정도는 결코 아니다. 그것은 폭력혁명과 같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하려는 자들이나 쓸 수 있는 수단이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이 취할 수 있는 정치의 대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김대중등 일련의 선동·음모정치인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지식인들에 대한 군재의 준엄한 심판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도『정치를 한다』는 말이 사기나 거짓말과 동의어로 쓰여지다 시피 한 것은 정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어느 정도였나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건국이래 지금까지 내려온 정치에 대찬 정치인들의 변의적인 이해와 인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관이 마침내 국민들의 정치 및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사시를 배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불신은 우리의 정치를 다른 어떤 분야보다 낙후시킨 원인의 하나가 되어온 것이다.
선동정치인들이란 대국적인 국익이나 국가의 장내에 대한 거시적 안목보다는 자신이나 그가 소속한 집단의 위선적 이익에 접착하는데 그 특징이 있다. 집권을 향한 욕망 때문에 값싼 인기에 영합하고 지키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 생각나는 대로 공약을 남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형태가 정치에 대한 국면의 불신감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국기를 흔들고 안보마저 위태롭게 해왔음은 10·26의 일련의 사태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정치인의 궁극적 목표가 집권이고 정권을 잡아야 정치적 경륜을 펼 수 있는 것이지만, 이틀 위해서는 정당하고 민주적인「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선동선전과 감언이설의 웅변으로 국민을 현혹시키거나 돈을 뿌려서라도 대권을 잡겠다는 것은 그 발상부터가 반민주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순수한 학생이나 선량한 시민을 선동해서 그들의 희생 위에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든다는 것은 그 동기의 불순함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역항하는 행위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5·17이후 당국의 과감한 부조리 척결작업으로 상당수의 기성정치인들이 정치일선에서 축출 당했다. 그들의 정계퇴장은 새 정치질서, 새 정치풍토의 정립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에게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다시는 그들이 저지른 것과 같은 비리의 정치형태가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성으로 이어져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김대중사건의 구형공판에서 검찰관이 기만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선동정치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한다고 논고한 것도 이런 뜻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선동이나 술수가 아닌 성실과 정직, 자신의 이익보다 국풍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춘 인사들이 이 나라 정치의 주역이 되어 정치풍토의 쇄신에 앞장서는 것이 시대적 상위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선동·음모정치는 이제종언을 고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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