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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해서 고래가 안잡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나라 포경업의 전진기지 울산 장생포항에 고래가 잡혀오지 않고 있다.
「한국포경사1백년」을 통해 고래자원이 가장 큰 고갈상태로 어항은 흥청대던 10여년전과는 달리 을씨년스럽다.
만국기를 펄럭이며 배길이보다 더 긴 고래를 끌고 꽹과리를 치며 입항하던 항구 풍경도 이제 옛 이야기처럼 됐다.
장생포 앞 바다엔 한 때 세계적으로 희귀한 「귀신고래」도 가끔 나타나 이일대가 천연기넘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15년전부터는 이 귀신고래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참고래(일명 장수고래)도 69년 7월 광복 후 가장 큰 것을 잡아 한때 떠들썩했으나 최근엔 연근해에서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다.
이때 잡은 참고래는 무게 65t, 길이 23m, 몸통너비 4·5m의 「헤비」급으로 당시 7백만원을 훗가했다.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참고래는 15∼20t급으로 76년 58마리에서 지난해엔 18마리로 줄어 올해는 8월말까지 1마리도 못잡고 있다.
지난해엔 일기불순까지 겹쳐 옛날에는 고래취급을 않아 잡을 생각도 안했던 「밍크」(2t안팎)마저 9백6마리밖에 잡지 못해 IWC(국제포경위원회)에서 배정받은 포획허가량(9백59마리)도 못채웠다.
올들어선 8월말 현재 「밍크」만 6백66마리를 잡았다.
『10년전까지 만해도 한햇동안 혼자서 15∼2Ot급 참고래를 32마리씩이나 잡았었다』는 은퇴포경수 장양첨옹(74·울산시 장생포동 180)은 요즘 「밍크」만 잡히는 연우를 알수없다고 했다.
10∼15t급 참고래 1마리면 1천만∼2천만원을 받을수 있으나 2t안팎의 「밍크」는 고작 2백만원.
자원난 시대에 중요한 수산자원인 고래가 이처럼 크게 줄고 있는 이유는 『포경술 발달과 아울러 포경업의 수익성이 높아져 마구잡아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2차대전 직후만해도 남반구에 2백만마리, 북태평양에 1백만마리의 고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었다.
50년동안 고래연구에만 몰두해온 「고래박사」전찬일 교수(수산대)는 『고래자원 회복책은 새끼를 낳는 양보다 덜잡는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박사는 『사람처럼 10개월의 잉태기간을 갖는 고래는 2년에 1마리꼴로 새끼를 낳는데 잡는것도 여기에 맞춰야된다』고 했다.
고래종류는 같은 고래를 잡아먹는 「이빨고래」를 비롯, 「긴수염 고래」「보리고래」「대왕고래」「귀신 고래」「돌고래」등 10여종.
78년 12월 IWC회원국으로 가입한 한국포경 업계는 79년부터 포획「쿼더」를 배정받았다.
79년에 9백59마리(「밍크」9백40, 참고래 19마리), 80년 9백44마리(「밍크」9백25, 참고래 19마리)에 이어 지난 7월14∼27일 사이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제32차 총회에서 81년도 80년과 동일한 「쿼터」를 배정받아 더이상 잡을수도 없게됐다.
사양화된 우리나라 포경업계는 70∼1백t급의 낡은 포경선 21척(1천3백44t)에 포경업자 13 13명이 영세포경선만을 구성하고 있다.
이 장비로는 북태평양 어장을 넘볼순 없고 독점 「쿼터」지역인 연근해만을 개미체바퀴 돌 듯 맴돌 수밖에 없다.
현재 연근해 고래어장은 ▲ 동해안 독도·울릉도 근해(4∼11월) ▲ 서해안 어청도근해 (2∼6월, 10∼11월) ▲ 남해안 옥지도근해(3∼4월) 등이다.
『장생포 앞바다를 지나면 집채만한 고래때들이 뿜어 올리는 분기로 하늘이 어두워질 점도였다』는 한 퇴역 포경수는 『눈앞에 보이기만 하면 마구 잡는 습성부터 고쳐야 한다』며 안타까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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