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곁엔 한복 성모상 … 의자엔 건곤감리 4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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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의 윤곽이 나왔다.

 교황 방한준비위원회(방준위)는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경촌 주교는 “광화문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거리다. 광장 북단에서 2시간에 걸쳐 거행될 시복 미사는 150개국 이상에 방송으로 송출된다 ”고 말했다.

 광화문 시복식에는 약 17만2000명의 가톨릭 성직자와 신자가 참석할 전망이다. 유 주교는 “교구마다 참석 신자 수를 조율했다. 이외에도 행사장을 찾는 분들이 꽤 많으리라 예상된다 ”고 설명했다.  

이날 시복 미사는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행사장 입장은 그보다 앞선 오전 4~7시에 이뤄진다. 미사에서 교황의 시복 선언이 이뤄지면 124위의 모습을 담은 복자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시복식 당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산 소형차를 타고 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를 한다. 행사장을 찾은 신자들과 인사를 한 뒤 광화문광장 북측에 마련될 제대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한국 최대 순교 성지인 서소문 성지를 찾아가 기도를 한다.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서소문 성지에서 순교했다.

 광화문 제대 뒤에는 주물로 만든 8m 높이의 십자가가 세워진다. 제대 양 옆과 행사장 곳곳에 대형 LED 전광판 24대를 설치해 참석자들의 불편을 줄인다. 제대 한쪽에는 한복을 입고 비녀를 꽂은 성모상이 놓인다. 미사 중에 교황이 앉는 의자에는 건곤감리 4괘도 새긴다. 시복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어를 사용하고,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한다. 강론은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하고, 단락을 나누어 한국어로 통역될 계획이다. 성체 분배에 성직자 200명과 평신도 700명이 함께한다. 이들이 신자들에게 분배할 제병(祭餠·미사 때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빵)만 18만 개가 준비된다. 시복 미사 당일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4시30분부터 조기 운행된다. 시복식이 끝나는 오후 1시까지는 행사장 구역 내의 모든 역(시청 ·경복궁 ·광화문 )에서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한다.

한편 방준위는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세월호 유족과 단원고 학생들을 초청, 교황과의 만남을 주선할 예정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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