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만난 백악관 "시간 많지 않음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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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왼쪽)·강일출(86) 할머니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폴렛 애니스코프 부보좌관 겸 공공업무국장(뒷줄 왼쪽) 등과 만나 “일본이 사죄와 배상을 하도록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애니스코프 트위터]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공식 면담한 것으로 4일(현지시간) 확인됐다. 그 동안 미국 의회 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접촉하고 의견을 청취한 경우는 있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가 잇따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건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그래서 나온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에 체류 중이던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7)·강일출(86) 할머니는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폴렛 애니스코프 부보좌관 겸 공공업무국장과 직원 1명을 만났다. 이어 다음날인 31일엔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인사들이 두 할머니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두 할머니는 4일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서 개최된 ‘일본군 강제동원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백악관 면담에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얻어내는 게 소원”이며 “미국 정부가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백악관 인사들은 “(할머니들이 고령이라)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며 “국가안보회의(NSC) 인사 및 외교안보 파트와 이 문제를 공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인사들은 “빠른 시간 안에 이 문제를 확인해 다시 할머니들과 만나겠다”고도 밝혔다. 이날 면담에 나선 애니스코프 부보좌관은 트위터에 두 할머니의 사진과 함께 “지난주 두 분의 용감한 한국인 ‘위안부’들을 만났다. 이들의 얘기는 가슴 아프다”는 글을 올렸다.

 국무부 면담에서도 미국 측 인사들은 “위안부 문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와 같은 이슈”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이은 면담은 당초 비공개로 추진됐지만 트위터 등으로 공개됐다. 면담에는 위안부 이슈화와 한인 정치세력화 결집에 나선 한인단체 인사도 통역으로 참여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법은 일본계 극우단체가 글렌데일시를 상대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연방지법은 일본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이 “위안부 소녀상은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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