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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십중팔구 훔치네 '도둑소굴' N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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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도루(盜壘)는 말 그대로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훔치는 플레이다. 성공하면 득점 확률이 높아지지만 실패하면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야구통계학자들은 “성공률 75%를 넘지 못하면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고 경고한다.

프로 최다 도루 보유자인 전준호 NC코치(가운데)가 팀내 도루 1, 2위인 박민우(오른쪽)·김종호와 도루 자세를 취했다. [창원=김민규 기자]

 그래도 도루는 매력적이다. 타자 도움을 받지 않고 온몸을 던져 다음 베이스를 향해 돌진하는 주자를 감독과 팬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 NC는 프로야구 막내팀답게 빠르고 공격적인 주루를 선보인다. 통산 세 차례(1993·1995·2004년) 도루왕에 오른 전준호(45) 주루코치가 도루의 총책임자다. 프로 19년간 역대 최다인 550도루를 기록한 전 코치 아래서 김종호(30)가 지난해 도루왕(50개)에 올랐고, 올해는 유망주 박민우(22)가 도루 2위(5일 현재 37개)에 랭크돼 있다. 전·현직 대도(大盜)들로부터 도루의 매력과 위험에 대해 들었다.

 김종호는 “사실 겁날 때가 있다. 뛰다가 아웃 되면 팀 분위기가 한 번에 가라앉는다. 도루를 하려면 용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도루왕에 올랐을 때 성공률은 78.1%(64번 시도 50번 성공)로 꽤 높았다. 그래도 그는 조심 또 조심해 뛰고 있다. 올해는 성공률 75%(20번 시도 15번 성공)를 기록 중이다.

 박민우는 패기가 넘친다. 그는 “아직 도루가 두렵지는 않다. (실패하더라도) 하나씩 배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젊은 도둑은 올 시즌 개막 후 15회 연속 도루에 성공했다. 그의 파죽지세도 한 번은 꺾였다. 5월 8일 넥센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도루에 실패한 뒤 10번 중 5번을 아웃당했다. 6월 2일에는 왼 엄지를 다쳐 1군에서 제외됐다.

 전 코치는 “민우를 보면 지난해 이맘때의 종호가 떠오른다. 잘 뛴다 싶으면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심해진다. 그걸 이겨내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선배 김종호와 전 코치 덕분에 첫 번째 위기를 극복했다. 열흘 만에 1군에 복귀한 박민우는 이후 19번 시도에서 16번 성공했다.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은 82.2%(45번 시도 37번 성공) 다.

 박민우는 “실패를 거듭하자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코치님과 종호 형 덕분에 다시 뛸 수 있었다”면서 “코치님은 도루 타이밍 잡는 법을 알려주셨다. 투수의 버릇과 포수의 공배합을 파악하는 요령을 배웠다. 종호 형으로부터는 투수들의 견제 동작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도루할 땐 순간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또 수비수와 자주 부딪힌다. 김종호는 지난해 128경기를 모두 뛰면서 몸 성할 날이 없었다. 치료를 받느라 가을 훈련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는 “무릎과 골반이 안 좋았다. 허리에도 뼛조각이 생겼다”고 했다.

 박민우는 허벅지 안쪽이 멍투성이다. 바지에 패드를 붙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뛰는데 불편하다며 사양하고 있다. 전 코치는 박민우에게 “네 상처는 연봉 인상 요인이다. 연봉 협상할 때 구단에 꼭 보여줘라”며 웃었다.

 이들에겐 도루가 밥줄이다. 다치면서도 죽어라 뛰는 이유다. 2007년 삼성 입단 후 무명으로 지냈던 김종호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3년 NC로 이적했다. 그해 깜짝 도루왕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김종호는 “도루는 생계 수단이다.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민우는 “신인왕을 꼭 받고 싶다. 기회가 되면 무조건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현재 도루 1위 삼성 김상수(24·38도루)에 1개 뒤져 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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