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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제는 인체 비슷…기다리면 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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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뭐, 한가하지 않았느냐구요? 천만에. 야에 돌아가 보니 쓰고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습디다. 아마 대학교수가 천직인가 봐요…』
잠시 「하와이」 대학에서 학구에 전념하다가 「국무총리」로 영전하여 돌아온 남덕우 총리는 관료10년에 이미 바쁜 것이 체질화한 모양이다.
취임 첫날인 3일에는 몇몇 부처의 업무보고를 듣는 등 종일 분주했고 4일에는「글라이스틴」미 대사 등 외교사절을 접견한 후 재계인사를 만났다.
하오 6시쯤, 어째 퇴근시간이 빠른가 했더니 자택에 가 부인을 동반해 한동네에 사는 최규하 전대통령댁을 방문했다. 남총리는 업무파악이 급하다면서 공식·비공식「인터뷰」를 모두 사양하고 있다. 그러나 백발에다 껑충한 체격이라「스태미너」의 원천을 물었더니 『늙어서 백발이 아니고 원래부터 흰머리가 많았는데 염색을 하다 안 하다 하다가 요즘에는 아예 안 하니까 백발이다』며 웃는다.
스스로「경제총리」라고 했지만 개헌작업, 공무원숙정에는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국민투표를 차질 없이 해야죠. 진통을 겪더라도 정부기구개편과 공무원 숙정은 신중히 중단 없이 하겠습니다-』. 결의가 단호하다.
『나는 과거 직원들에게 서정쇄신얘기를 할 때 「젊은 사자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눈앞의 욕심 때문에 평생 부끄럽게 되지 말고 좀 어렵더라도 의연한 기개를 가지라」고 말했다』며 「공무원상」을 제시했다.
화제가 경제에 미치자 남총리 특유의 논리가 물 흐르듯 한다.『73년 「오일· 쇼크」 때는 정말 잠이 안올때도 있었습니다. 원유 값이 일시에 4배로 뛰어올랐고….지금의 경제상황이 그때와 비견될 만큼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경제란 인체와 같은 것이어서 자기 회생력이 있는 겁니다』
여건의 어려움은 인정했으나 차분히 노력하면 잘될 것이란 약관 논을 폈다.
『나는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경제에 충격을 주면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봤다』고 밝힌 남 총리는 『당장 일이 잘 안 된다고 낙망해선 안 된다. 잘 안되면 기다리자. 기다렸다가 또 해보자. 돌아갈 수 있으면 돌아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홍역을 치르고있는 중화학문제도 『비싼 월사금을 내고있다』면서 경험과 기술을 잘 축적해 가면 반드시 한목 볼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림 박기정 화백 글 전 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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