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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의 난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 기독교 19개교단은 2일「한국기독교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자율정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독교계는 최근 신학교의 난립, 사이비교단의 범람 등으로 사회의 빈측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사이비종교의 경우는 혹세와 무민으로 우리사회의 정숙과 건실성을 위협하며, 사이비신학교의 경우는 성직자의 품위와 종교의 권위를 손상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어느 교파를 막론하고 성직자양성교육이 한결같이 정통과 근엄, 극기와 오랜 수련의 과정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학교육의 뜻은 첫째 선구사업에 이바지할 전문가의 양성이고, 둘째는 신학의 학문적 권위를 지켜나가며 교육하는 일이다. 이 같은 인간교육의 바탕 위에서 다만 교파나 학교에 따라 그 특징과 성격이 다를 뿐이다.
기독교의 뿌리가 깊은 구미의 신학교육이 특히 이점에 철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선「유럽」이나 미주의 경우 신학교육은 법학이나 의학계통과 마찬가지로 대학원과정을 두고 있다. 「카톨릭」은 나라에 따라서는 중학에서부터 신학교육의 과정을 밟게 하며 대학원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몇 년을 두고 어려운 관문들을 거쳐야 비로소 사제가 될 수 있게 한다.
역시 구미의 정통적인 기독교들도 성직자가 되는 교육과정은 멀고 고되다. 일반대학 4년을 마치고 나서 엄격한 「포스트·그래듀에이트」과정을 더 밟아야 하는 것이다. 소박한 감상이나 세속적인· 출세욕 더구나 물질적인 욕구만으로는 감히 그런 관문들을 겪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지역·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선 아직 관교의 사명과 필요성이 강조된 나머지 대부분의 신학교육은 대학4년의 과정만으로 대신하고 있다. 또한 교세의 확장에 따라 교직자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에 틀림없지만 신학교육의 문제에 있어서는 엄격과 신중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문공부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우리 나라엔 2백86개교의 신학교가 있다. 이 가운데 문교부의 4년제 대학으로 인가 받은 신학대는 14개교, 대학원은 7개뿐이며 그밖에 각종학교인가 신학교가 11개교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43개교를 제외한 나머지87%의 신학교는 무인가인 셈이다.
「인가」나「무인가」는 단순한 법적 차원의 문제이긴 하지만, 사설무인가 신학교의 강당수가 흡사 영리적인「학원」의 인상이 역연하며 바로 이것이 사회적 지탄과 혐악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학교일수록 등록금은 많고 입학·졸업의 정원은 물론 입학자격의 기준조차 모호하다. 일설에는 이런 신학교졸업생이 연간 1만명 이나 된다는 놀라운 통계도 있었다. 성직의 「샐러리맨」화, 교회의 영리화 등을 모두 그것의 한 부산물인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첫째 교단 자체의 자숙과 정화가 요구된다. 둘째는 문교당국의 정책적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정통성 있는 신학교의 정원이 그 동안 내내 동결되어 온 것도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이 결국 사설신학교의 자연도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장기적으로 신학교육을 대학원중심으로 바꾸어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일도 바람직하다.
오늘의 사회는 다병다기 하게 분화되고 있어 성직자도 다만 신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이수과정을 거쳐야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신학교교과의 개편까지도 사회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유력 기독교단은 자율적으로 그간의 불미와 혐악을 씻어내는 정화운동을 펴게 되었다. 아울러 이런 노력을 격려해 주는 문교당국의 정책적 배려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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