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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맞는 「민주」토착화 첫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주복지국가건설이란 그의 새 80년 대 국가지도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정치「스케줄」과 방향을 밝혔다.
그는 민주복지의 이념의 내용으로 민주·복지정의·정신개조를 제시했다.
민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되 우리의 전통과 여건, 그리고 의식구조에 맞도록 해 우리풍토에 뿌리를 내리고 민족통일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민주정치를 참조해 나가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은 시공을 초월해 똑같을 수가 없다.
더구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이상적인 정치제도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와 우리체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어서는 아무런 뜻이 없다.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공산주의와의 투쟁에서 우리의 우위를 담보하고 민족통일의 길을 앞당기는 것이어야 한다는 논리구성이다.
이러한 민주정치를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선동·비리·파쟁·권모사술·부정·부패 등 과거의 나쁜 정치풍토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전대통령은 강조했다.
이미 25명의 국회의원을 포함해 상당수의 구 정치인들이 정치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들 외에도 그런 폐습에 물든 정치인들에게 앞으로의 정치를 맡길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정계개편과 정치인의 세대교체 폭이 넓어지게 됐다.
취임사에서 전대통령은 10월중 개헌국민투표 정치활동재계 계엄렴해제선거 신 정부출범이란 정치「스케줄」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치일정은 최규하 전대통령이 공약한대로 내년상반기안에 이뤄질 것이나 분위기만 성숙되면 앞당겨 추진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분명히 지적됐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확립하겠다는 전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이다. 이미 정부의 7년 전임제 개헌추진과 전대통령의 전역사 내용과 함께 장기집권을 배격하는 전대통령의 태도는 분명해진 셈이다.
복지문제에 대해 취임사는 복지국가 건설의 꿈과 함께 복지사회의 기반이 되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의 열매를 가능케 할 국민경제의 총체적 규모확대가 중시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경제 건제에 바탕을 둔 민간주도 경제운용방식을 취해 기업이 그 기관차역할을 계속 맡게됐다.
기업의 창의성은 최대한 존중하되 다만 지금까지의 과잉보호를 지양해 경영결과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지는 풍토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 외국의 자본 및 기술의 과감한 도입과 외국인의 국내경제활동 유치 및 권익보장이 선언됐다.
이는 10·26이후 격변한 국내정세로 인한 외국투자가들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상당수의 국민이 성장의 그늘 속에 방치될 때 국민간의 일체감조성이 어렵고 국가안보에도 취약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복지 사회로의 방향은 역사의 필연이다.
다만 가용자원의 총체적 규모를 어떻게 굴려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배분의 우선 순위를 정해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취임사에서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전제로 서로 믿고 살수 있는 사회기풍이 강조됐다.
전대통령은 지금같이 불신사회가 된 1차 적 책임을 정부와 공직자가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부터 사회 정화작업을 펴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통령자신의 솔선수범으로 모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따라서 사회정화운동은 사회개혁이란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차원에서 계속 전개될 전망이다.
이러한 민주·복지·정의사회를 이룩하려면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이념이 어려서부터 체질화 되도록 해 국민의 정신을 개조해야겠다는 게 전대통령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교육은 내용 면에서 정직·질서·창조정신이 중시되고 고등교육보다는 유아교육과 의무교육에 중점이 두어질 것 같다.
지난달 29일 국보위자문위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전대통령은 어린이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한바 있다.
어려서부터 서구민주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진선 진예한 것처럼 교육해 놓은 것이 거듭된 학원문제의 기초적인 원인이란 분석도 있었다. 그런 만큼 교육을 통해 정신개조를 이룩하겠다는 전대통령의 다짐은 교육의 방향과 관련해 중요한 함축을 지닌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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