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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속 선택진료비 축소 "대형병원만 배불리는 정책"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게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개선에 따른 병원의 실손액을 정부가 110%까지 보상해준다? 그것도 말도 안되죠. 전부 대형병원 위주의 손실 보상인데다가,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인한 중소병원 보상안은 없잖아요. 환자 본인부담금을 20%에서 30%로 올린다고 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다 되니까 그 돈 내고 차라리 대학병원 가죠.”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개선에 대한 한 중소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3대 비급여 개선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공약이다. 그 중 하나인 선택진료비 축소안이 1일부터 시행됐다. 9월에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일반병상이 6인실에서 4인실로 확대된다.

병원계의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제도 시행을 강행했다. 제도 개편으로 인한 병원의 손실액을 100% 보상해주겠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선택진료비 축소안 시행 5일째. 아직까지 별다른 여파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단 지금은 각 병원들이 변경된 복지부 고시에 따라 전산작업을 하느라 정신없는 분위기지만, 한두 달 정도 지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병원계의 관측이다.

선택진료 손실 보전에 4710억 투입, 하지만…
선택진료비 개편으로 인해 환자가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했던 비용은 현행 20~100%에서 15~50%로 축소됐다. 선택진료비 환자부담액은 평균 35% 가량 감소한 셈이다. 그만큼 병원에서 선택진료로 벌어들인 수익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병원계 손실은 543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정부는 고도의 수술‧처치‧기능검사 등에 대한 수가를 인상했다. 조정된 항목은 1600여 개, 수가인상률은 13~50%에 이른다. 행위별 비율은 수술이 66.7%로 가장 많고, 처치 20.3%, 기능검사 28.6%, 검체검사 4.2%, 영상검사 1% 순이다.

정부는 이번 수가 개편에 따른 추가 건강보험 재정 소요는 4710억 원(선택진료 축소에 한함)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실 보상책이 고도의 수술·처치를 하는 상급종합병원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종합병원과 전문병원 등에서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즉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고 것이다.

“일부 대형병원은 손실보다 이득될 수도..”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세부적인 손실보전 방안은 크게 고도의 수술‧처치 등의 수가인상과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서비스 수가 조정으로 나뉜다. 중증 환자가 많아 고난이도의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이라면,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손실이 크더라도 보상금액 역시 크기 때문에 손실 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종합병원, 전문병원에 대한 손실 보존은 미흡하다는 게 병원계의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상급병원 중 중위병원, 종합병원 중 상위병원, 포괄수가제 그룹 특성화 병원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제도 시행에 앞서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병협 보험국 류항수 국장은 “정부의 손실보존책에는 ‘이 조항은 상급종합병원에 한한다’ ‘이 조항은 종합병원에 한한다’는 등의 조건이 붙는다”며 “상대적으로 선택진료를 많이 시행해 온 상급종합병원에 많은 보상이 돌아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손실 보전으로 오히려 이익이 발생한다는 상급종합병원도 있다. 류 국장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손해가 100이라면 보존이 100이상 되는 병원도 나올 것으로 본다”며 “상급종합병원 내에서도 상위그룹에 속하는 병원들은 ‘손해는 안볼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말했다.

▲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손실 보존책이 고도의 수술과 처치 위주여서 결국 대형병원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병원 직격탄, 환자쏠림 우려
반면 종합병원, 전문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류 국장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700~800병상을 보유하고 상급종합병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택진료를 시행하는 곳이 있다. 이런 병원은 ‘종합병원’이라는 그룹에 묶이면서 손실보존이 상급종합병상만큼 이뤄지지 않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는 중소병원은 선택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전문병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손실 보존이 적용될 때는 ‘병원급’ 그룹에 묶이다보니, 그만큼 손실이 온전히 보존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안과·이비인후과 등의 전문병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고도의 처치, 수술, 기능검사분야 수가 인상’ 방안은 수술 위험도가 높고 외래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분야를 사실상 제외해 해당 전문병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병원마다 병상 운영과 진료 행태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정부의 손실방안만으로 모든 그룹을 충족할 수 없으며, 이익을 보는가 하면 크게 손실을 보는 병원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병원계의 입장이다.

또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역시 우려되고 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채희윤 국장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가 줄어들면 당연히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리지 않겠는가”라며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막기 위한 보장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미 제도가 시행된 이상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병원계 관계자는 “시행 전부터 반대는 해왔지만 정부가 밀어붙인 상황에서 수용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정부가 제도 시행 6개월 시점에서 문제점이나 후속조치를 검토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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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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