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미국행 "더 큰 사람 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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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홍명보(45)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재충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탈락한 홍 전 감독은 지난달 10일 자진사퇴 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승현(31) 홍명보장학재단 팀장은 4일 “홍 이사장은 지난 2일 가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미국에서 한 달 남짓 머물 예정이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박 팀장을 통해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월드컵 성적과 논란으로 국민들께 죄송하다. 노력하고 반성해 더 큰 사람이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미국에 간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홍 전 감독은 지난달 사퇴 기자회견 때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가족을 등한시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을 떠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사퇴 회견 때 홍 전 감독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후 더 많은 업적을 냈다”며 미래를 기약하는 말을 남겼다.

 홍 감독은 자진사퇴 후 칩거했다. 이따금 외출할 때는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다. 박 팀장은 “칩거 기간 중 예상치 못한 두 사람으로부터 큰 위안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거스 히딩크(68) 전 한국 대표팀 감독과 한 대기업 여직원이다. 지난달 K리그 올스타전을 위해 방한한 히딩크 감독은 홍 전 감독에게 먼저 연락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히딩크 감독은 홍 전 감독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K리그 올스타전에 함께 벤치에 앉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다. 홍 전 감독은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며 고사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신은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시련 없이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없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쉼표로 생각하자”고 격려했다. 근처에서 회식 중이던 한 대기업 여성은 홍 감독을 찾아왔다. 이 여성은 “많이 힘들겠지만 당신 뒤에 항상 응원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홍 전 감독이 지도자로 재도전할지, 원래 꿈이었던 행정가로 선회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 팀장은 “홍 이사장은 당분간 장학재단 업무에 집중하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길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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