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1181㎜ … 청도선 차 급류 휩쓸려 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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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가 9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를 내고 소멸됐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나크리는 이날 오후 3시쯤 전북 군산시 남서쪽 180㎞ 부근 해상까지 진출했으나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온대 저기압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김경립 통보관은 “바닷물 온도가 섭씨 23~24도로 비교적 낮은 서해에서 에너지를 얻지 못해 태풍이 예상보다 빨리 세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으로 인해 4일까지 제주도 산간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3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고, 강원·충북·영남 등지는 5일까지도 영향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5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남부지방과 제주도 20~70㎜, 중부 5~40㎜ 등이다.

 태풍 나크리로 인해 제주도 윗세오름에는 지난 2일 하루에만 1181㎜의 비가 쏟아져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금까지 하루 최고 강수 기록은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로 인해 강릉에 내렸던 870.5㎜였다. 윗세오름에는 3일에도 283㎜가 내렸다. 이틀 동안 한반도 1년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온 것이다. 이 밖에 지리산 494.5㎜, 전남 고흥 339.5㎜, 경남 거제 259.5㎜의 비가 쏟아졌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3일 오전 2시50분쯤 경북 청도군 신원천에서 한모(38·경남 김해시)씨가 몰던 승용차가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한씨 가족과 지인 등 차에 타고 있던 7명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이날 근처 펜션에서 휴가를 보내고 밤중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천에 설치된 콘크리트 둑을 겸한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 이날 오전 8시55분 경북 영덕군의 야영장에서는 강풍에 소나무가 쓰러지면서 텐트를 덮쳐 부모와 캠핑을 온 권모(6·경북 경주시)군이 숨지고 권군의 누나(10) 등 2명이 다쳤다.

 전날인 2일에는 전남 완도의 육상 양식장에서 김모(41)씨가 강풍으로 인해 쓰러지는 출입문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전남에서만 농지 3293만㎡(약 1000만 평)가 물에 잠겼고, 배와 감 같은 과일이 비바람에 떨어졌다.

 나크리보다 하루 먼저 발생한 제11호 태풍 할롱(HALONG)은 3일 오후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태풍 할롱이 8일이나 주말인 9일께 제주도와 남해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찬수·송의호·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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