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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바위에서 부서지고 굽이쳐 흘러…맑은물 푸른숲의 계곡 1백리(무주구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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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맑은물 푸른숲의 계곡 1백리.
골짜기마다 폭포요, 연못(소)으로 별천지를 이룬다. 굽이칠 때마다 새모습의 물과 바위는 울창한 숲과 어울려 지루함을 모른다. 흐르다 지치면 떨어지고 맑은 못에 쉬었다가 힘이 나면 다시 바위에 부딪쳐 흰거품을 뿜으며 부서지고…. 소리란 소리는 모두 휘감아 정다운 대화조차 앗아가는 싱그러운 물소리가 조금도 밉지 않다.
○…무주구천동, 굽이굽이 구절양장으로 수없이 돌아 흐른다고 구천동인가.
입구의 나제포문은 신라·백제인의 숨소리를 듣는 듯하여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인월담·일사대를 지나 문득 맑은 물에 끌려 바닥의 돌을 주우려니 손이 시리다. 편편한 바위마다 피서객이 그득하건만 물 속에는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내고있다.
벌써 1시간이 넘도록 올랐으나 계곡은 끝이 없다. 비만 오면 끊기던 등산로 여기저기에 출렁다리가 놓여 여간 편리하지 않다.
○…어느 틈인가 백지사. 샘가에 잠시 앉아 샘물을 들이켜니 이가 시리고, 가득한 선음속에 매미소리만 요란하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덕유산 행 등산「코스」. 원색차림의 쌍쌍이 여름을 잊고 다정하게 오르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뛴다.
풀먹인 모시옷에 지팡이를 짚은 촌로의 산행은 오히려 여유가 있다.
계곡 옆에 자리잡은 여인숙에 여장을 풀고 눈을 붙인다. 요란한 빗소리에 창문을 열어 보기 몇차례. 구천동계곡의 물소리에는 모든 나그네가 잠을 설치는 모양이다.
구천동 행은 대전과 전주에서 매시간 시외「버스」가 출발한다. 3∼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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