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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세제란 어떤 것인가?|연성세제와 경성세제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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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현재 세탁용으로 시판되고 있는 가루비누 등 경성합성세제를 8월부터 전면제조 금지시키고 기성세제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난 65년 우리 나라에 처음 들어와 15년간 우리 생활에서 세제의 총아로 군림해온 경성세제는 77년부터 제기된 공해전문가들의 끈질긴 폐기요청에 따라 연성세제에 자리를 물려주고 밀려나게됐다.
그러나 서독·영국·일본 등 선진국이 각각 58년·64년·75년부터 세제의 연성화를 시도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점과 연성세제자체도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이 새로 대두되고있다.
그러면 경성세제와 연성세제는 과연 어떤 것이며, 또 앞으로 세제사용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다.
경성세제는 1차 대전 중 독일이 비누용 기름을 폭약제조용으로 쓰게됨에 따라 모자라는 비누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석탄에서 뽑은 유기화합물에서 「나프탈린·설픈산나트륨」을 만들어 쓴데서 시작됐다.
1차대전후 잠시 뜸했던 합성세제개발은 2차대전이 일어나 같은 상황이 되자 미국·독일에서 똑같이 개발에 주력, 현재 쓰이고 있는 경성세제의 주성분인 「알킬벤젠·설픈산나트륨」을 석유로부터 합성해냈다.
경성세제는 비누와 비교해 기름·물 어느 쪽에도 친화력이 좋아 세탁능력이 월등하고, 인산고을 첨가해 우물물 같은 센물에서도 세탁이 잘되도록 되어있다.
또 표백제·형광색소가 들어있어 세탁물이 깨끗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 주부들의 애호를 받아왔다.
그러나 경성세제는 수질오염과 질병유발이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갖고있는 것이 밝혀져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기피대상이 됐다.
경성세제는 측쇄(사이드·체인)를 많이 가진 분자구조를 하고 있어 완전 분해하는데 15일 이상이나 걸리고 이때 많은 거품이 하천을 덮어 하천의 산소요구량(BOD)을 높이는 등 수질오염용 초래하게된다.
또 센물속에 들어있는 「칼슘」 「마그네슘」 등 세탁을 방해하는 물질을 침전시키기 위해 첨가된 인산고이 영양분 역할을 해 물 속의 「플랑크톤」과 수초의 과도성장을 유발하게 되고 이 때문에 강물을 상수도원으로 정화시키는데 장애가 돼 2차 수질오염을 가져왔다.
또 상수도를 통해 인체에 축적된 합성세제성분은 간기능장애, 암 유발, 심지어는 기형아분만의 위험마저 갖고있어 장기간 사용하면 독물의 그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한편 피부와의 직접접촉에 의한 피해도 커 경성세제로 장기간 세탁할 경우 경성세제의 강한 탈지작용에 의해 피부 각질층과 이를 덮고있는 피하표면 지방 막이 제거돼 손바닥·손등이 갈라지고 주부습진·화농성 세균에 의한 2차 감염 등이 얼어난다. 세제에 의한 피부질환은 해마다 늘고있는 실정이다.
때로는 기저귀 등 세탁물에 남은 세제가 어린이 피부염을 유발하는 작용을 한다.
이에 비해 연성세제는 석유화합물 중 탄소가 12∼15개 일렬로 늘어선 「리니어·알킬 벤젠」을 주원료로 해 비누화 시켜 제조함으로써 분해속도가 경성세제의 반밖에 안돼 강물오염 등 l차 수질오염은 막을 수 있다.
현재 식기 및 과일세척용으로 나와있는 액체세제가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경성세제에 비해 생산비가 20%나 비싼 연성세제도 분해 후에 「이온」상태로 남는 물질의 독성이나 기타 단점에서는 경성세제와 비교해 이렇다할 차이가 없어 가장 이상적인 세제라고는 할 수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연세대의대 정용 교수(공해연구소)는 『각종 오염의 주범으로 골치를 썩여온 경성세제를 추방한다는 데에는 근본적으로 동감이나 앞으로 대체되는 연성세제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지가 문제』라고 우려한다.
그는 『세제를 사용한다는 것이 필요악적인 현실이고 또 인간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세제의 전환은 항상 신중하게 검토되어야한다』고 강조하고 『현재 세계적인 세제의 추세로 볼 때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로의 또 다른 전환을 위한 조치가 조만간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는 「코코넛」 등 식물에서 뽑아낸 다가 「알콜」을 비누화시켜 제조한 것으로 경성·연성세제가 음「이온」성 계면활성제이기 때문에 분해 후에 갖는 독성을 이 세제는 갖고있지 않고 또 분해기간도 3∼4일밖에 안 걸려 현재까지는 이상적인 세제라고 볼 수 있다.
「럭키」석유화학 남상문 개발과장은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국내에서도 소량의 액체세제가 제조되고 있지만 분말화에 따른 기술상의 난점, 원료가 비싸지는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합성에 의한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의 개발과 분말화에도 성공해 「코스트·다운」만이 앞으로의 남은 문제로 되어있다.
이미 미국은 전체 생산세제의 50%, 일본은 30%를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의대 국홍일 교수(피부과)도 『심한 경우 지문까지 닳아 없어지는 피해를 주는 경성세제의 규제는 바람직하나 연성세제의 독성도 유사하다는 이론이 지배적이고 보면 보다 안정성이 높고 피부자극도 적은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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