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사건의 국민적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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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엄사령부는 4일 김대중의 내란 음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 짓고 김대중 등 37명을 내란음모·국가보안법·반공법·외환관리법·계엄포고령 등 위반혐의로 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부에 구속 송치 할 것을 발표했다.
계엄사합동수사당국은 지난 5월17일 이후 김대중의 내한 음모 협의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여온 결과, 이른바「국민연합」을 주축으로 방대한 사조직을 편성, 주로 복학생을 행동대원으로 하여 대중 선동에 의해 학원 소요 사태를 일으키고, 끝내는 전국적인 민중 봉기로 유도해 유혈 혁명 사태를 유발함으로써,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시킨 뒤 김대중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 정권을 수립하려 했다는 등의 수사 내용을 밝혔다.
계엄사는 또 김대중이 「10·26사태」가 자신의 집권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 신민당 복귀를 통한 합법적 집권투쟁과, 사조직을 통한 대중선동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비합법적 투쟁의 양면전략을 추진했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대중은 이 전략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복권투쟁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신민당 복귀가 당권파의 완강한 저항으로 열세에 몰리자 이를 포기, 신민당과 결별하고 사조직 확대와 대중선동을 통한 폭력적 극한 상황을 유발시켰던 것이라고 한다.
김대중 사건 수사 결과의 발표에서 우리가 특히 경악하는 것은 합법적인 투쟁으로 정권쟁취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학생선동-대중규합-민중봉기-정부전복이라는 비합법적·폭력적 투쟁을 서슴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앞으로 법의 판결에 의해 모든 사상은 판가름날 일이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사실들은 참으로 국민적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김대중은 71년 선거 때 야당의 대통령후보였다.
그랬던 그가 지극히 비정상적이었던 10·26사태와 더불어, 마치 정권쟁취가 목전에 다다른 듯 너무도 거칠고 위험스러운 정치작태로 폭력에 의한 정권탈취까지 기도했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정계인으로서 집권을 한다는 것은 그 궁극적 목표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위해 어떤 수단이건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처럼 반민주적이고 파괴적인 사고는 없다.
더욱이 순수한 학생이나 선량한 시민을 선동, 그들을 희생의 제물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민주사회에 있어서 정치인의 정도가 아닐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
민주정치는 한마디로 대화와 타협과 절차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오히려 그 절차와 과정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민주사회의 정치인은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해도 소수일 때는 깨끗이 패배를 감수할 수 있는 민주적 도량과 금도를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주장, 자신의 목표가 좌절되었다해서 대화와 타협과 「룰」을 거부하고, 폭력에 호소하려 든다면 민주정치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10·26사태」후 정치발전에 대한국민적 기대는 어느 때보다 부풀었지만,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이를 수렴하고「리드」하는데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
입으로는 누구보다도 『민주회복』·『민주발전』을 외치던 사람이 내면으로는 폭력에 의해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것은, 대중 기만일 뿐 아니라 자기위선이지만, 우리를 더욱 당혹시키는 것은 김대중이 반국가 단체인 「한민통」을 조직하고 용공적인 발언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계엄사는 김대중은 8·15해방직후부터 좌익활동에 가담한 공산주의자로서 73년8월에 이미 반 국가단체인 「한민통」을 발기, 의장으로 추대돼 북괴노선을 지지동조 하는 반 국가활동을 했고, 북괴 또는 조총련으로부터 받은 불순자금을 불법으로 반입·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이 왜 이제서야 밝혀졌는지 도리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의 시국이 중대하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때 보마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
그런 속에서도 정치발전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아무리 우리 국민모두가 염원하는 바람이라 해도 그것이 구두단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체질화된 민주의식, 체질화된 민주적 행동양식을 잘고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민주화·민주의식이란 개인간·집단간의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조화된 사회활동의「룰」을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그들의 사고에서부터 행동 하나 하나에 이르기까지 민주적인「룰」을 벗어나서는 안 되고 때로는 그것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것이라 해도 국익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집권을 위한 정치인의 지나친 조급함이 아니라, 이 사회의 발전에 과연 어떤 영향을 주었느냐는 점에서「김대중 사건」은 모든 정치인들에게 크나큰 교훈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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