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전 20패 … 집권당에 가혹했던 재·보선 공식 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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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가혹할 만큼 불리했던 재·보궐선거의 공식이 깨졌다. 재·보선 역대 최대인 15곳에서 치러진 7·30 재·보선 결과가 새누리당의 11대 4 승리로 끝나면서다. 1987년 이후 치러진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은 30차례다. 이 중 여당은 7차례 이겼고 나머지 20차례는 야권이 이겼다(무승부 3차례). 이번 선거를 포함하면 31차례 선거 중 여당의 승리는 8차례로 많아졌다.

 역대 재·보선 결과는 의석수로 따져도 야당이 초강세였다. 지금까지 선거가 치러진 116곳 중 여당은 38곳(32.8%), 야권은 무소속을 포함해 78곳(67.2%)을 차지하게 됐다. 이번 새정치민주연합의 패배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과거 여당 입장에선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이 아팠다. 특히 큰 차이로 진 경우 당 지도부가 바뀌는가 하면 대통령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다. 이 기간 모두 6차례의 재·보선이 열려 22명의 의원을 다시 뽑았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건진 의석은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개혁당 유시민 후보(경기 고양 덕양갑)가 열린우리당 창당(2003년 11월) 전 열린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게 유일했다. 한나라당은 이 기간 16석을 가져갔고,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야당이 된 새천년민주당이 3명을 당선시켰다.

 그중에서도 후폭풍이 컸던 경우가 6석이 걸렸던 2005년의 4·30 재·보선이었다.

 당시 전패한 열린우리당은 146석으로 과반이 무너졌다. 선거 결과는 당내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당내에선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당이 아닌 청와대로, 청와대의 대규모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그해 10월 열린 재·보선에서도 0대 4로 한나라당에 전패했다. 결국 문희상 당 의장이 물러나고 당은 비상집행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정세균 의원이 임시 당 의장이 됐다.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은 현 여권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시절 모두 네 차례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열려 21명의 의원을 새로 뽑았다. 당시 한나라당이 8곳에서 이겼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8곳, 민노당·진보신당 각 1곳, 무소속 3곳이었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2009년이 잔혹한 해였다. 4월 29일 5곳에서 열린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전패했다. 10·28 재·보선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한나라당은 강원 강릉(권성동)과 경남 양산(박희태)에선 이겼지만 수도권(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과 중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을 내줬다. 민주당은 충북 승리를 발판으로 이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공세를 높였고, 여당 내에서도 당시 박근혜 의원이 “국민과의 약속을 소홀히 한다면 2014년처럼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키웠다.

 재·보선은 중량급 정치인의 복귀 무대이기도 했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선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야권의 불모지 성남 분당을에 출마,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고 배지를 달았다. 이때 패한 강 전 대표는 사실상 정계를 은퇴한 상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김무성·이완구 의원과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있다. 1년여가 흐른 지금 이들은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야당 대표가 돼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중진들이 대거 패배하면서 과거 강 전 대표의 전철을 밟을 처지에 놓였다. 대패한 야당 지도부들도 ‘지기 어려운 선거’에 패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권호·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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