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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3억, 저금리로 갈아타면 연 473만원 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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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일부터 전국적으로 저축은행·캐피탈 같은 제2금융권과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같아진다.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받았던 서울과 수도권에선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지금보다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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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30일 이런 내용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개선 관련’ 세부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지역과 금융업권에 상관없이 70%, 60%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은행의 LTV는 수도권 50%, 지방 60%였고 DTI는 서울 50%, 수도권 60%였다.

 세부 방안에 따르면 DTI 한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가산·감면 항목도 바뀐다. 고정금리로 거치기간 1년 이내의 분할상환으로 대출받는다면 DTI 한도가 최대 70%까지 높아진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을 받으면 각각 5%포인트씩 대출한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인 A씨가 7억원짜리 서울 소재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현행 서울지역 LTV 50%를 적용하면 A씨는 3억5000만원까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LTV 한도가 70%로 올라가면 4억9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때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은 3440만원으로 소득 대비 68.8%(DTI)에 해당한다. DTI 6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는 4억2720만원이다. 이를 고정금리·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면 한도가 70%까지 올라가 4억9000만원을 모두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결국 규제 완화로 A씨는 1억4000만원을 은행에서 더 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바뀐 LTV·DTI는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기존 대출자에게도 적용된다. 돈을 더 빌리거나 다른 금융사로 갈아탈 때도 이 기준을 따른다는 얘기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504조원에 달한다. 이 중 은행이 377조원, 보험·상호금융·저축은행 등 은행이 아닌 금융사가 127조원이다.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 이용자들이 은행·보험사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면 그만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식) 평균 대출금리는 연 3%대 중반, 농·축·신협이 4~5%대, 저축은행이 6~10% 정도다. 예컨대 주택을 담보로 3억원을 빌렸을 때 저축은행(금리 6% 가정)에서는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년 2579만원을 갚아야 하지만 시중은행(3.6%)에서 빌리면 2106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연간 473만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자영업자나 신입사원, 은퇴자들도 DTI 완화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DTI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만 40세 이하 무주택 근로자들에게는 장래 예상소득을 10년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를 대출 만기 범위 내에서 60세까지 예상 소득을 반영할 수 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월급이 200만원인 25세 근로자가 연 4% 금리로 15년 만기 대출을 받는다면 지금은 10년치 예상소득만 반영돼 1억6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론 15년이 적용돼 6000만원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자산가액을 정기예금으로 보고 이자로 환산해 이를 소득처럼 DTI 계산에 반영한다. 그동안 이 금액이 기존 도시근로자 가구(2인) 연평균 소득액(5527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이런 제한도 없앴다. 자산이 많은 은퇴자는 DTI가 지금보다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제2금융권 대출자의 경우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저축은행에서 집값의 70%를 넘겨 대출을 받았다면 이를 갚고 은행으로 옮길 경우 70%로 한도가 낮아진다. 또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가 달라질 수 있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지 3년이 안 됐다면 대출금액의 1~3% 정도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수수료와 이자비용도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2금융권이라도 믿을 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대금리 등의 혜택이 있으니 거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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