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문 속 폭력·미담기사 인성교육에 훌륭한 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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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남학생들은 새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하고 다투기 쉽다. 다투는 이유는 대개 사소하다. '태도가 건방지다'거나 '째려본다'는 등의 신경전으로 시작해 누군가 먼저 욕을 하고 말싸움을 건다. 심하면 주먹다짐으로 번진다.

과거 우리가 자랄 적의 다툼은 어른들이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며 너그럽게 넘길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청소년들의 다툼은 폭력에 가깝다. 조직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와 잔인한 인터넷 게임 등의 영향도 클 것이다.

그런데 싸움을 일삼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많은 수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모님 가운데 한 분이 안 계시거나 별거 중인 상태다. 게다가 경제사정도 어렵다.

의식주 해결도 어려운데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나서야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다. 가정 환경이 어려울수록 가족들 사이에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그러나 대화가 없는 가정이 적지 않다. 대화가 단절될수록 청소년들은 점점 참을성이 부족해지고 폭력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상담실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이러한 학생들에게 학원 폭력과 집단 괴롭힘 등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여줬다. 그리고 왜 이러한 일들이 사회문제가 되어 신문에까지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했다.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장애나 학력 극복, 장인 도전정신, 희생 정신 등을 다룬 기사와 바른 심성을 기를 수 있는 미담 기사를 스크랩했다가 읽게 했다. 그리고 정직과 가치.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지간한 학생들은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신문은 학교나 가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훌륭한 인성교육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황희선 교사 (인천 부평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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