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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제의 해결 호양없인 어럽다|작금의 노사사태문제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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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사북소요·동국제강사건등 노사분규가 최근 잇따르고있다.
임금문제·노사대립·노동조합운동의 파행성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일어나는 이같은 노사분규는 올들어 5월현재까지 8백건을 넘었다.
오늘의 노사사태는 80년대 복지사회로 향하는 길목에서 한번은 겪어야할 진통으로 지적되고 있다.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 오늘의 문제점을 찾아본다.

<임금>
5인가족 최저생계비 월35만3천9백74원-. 이는 한국노총이 조사한 지난3월말 현재 도시근로자중 고교·중학·국민학교에 다니는 자녀 3명을 둔 가장이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로 벌어야할 금액이다.
노총은 이조사를 하면서 남대문·동대문·중앙시장등 3개시장의 실거래가격 평균액을 택해 물가의 기준을 삼았다.
이 최저생계비를 세분하면 ▲식료품비가 34·8%인 12만3천3백30원 ▲주거·광열비 3만5천4백35원 ▲피복비 3만7천2백26원 ▲교육비 3만5천9백28원 ▲보건·위생비 4만7천6백1원 ▲잡비 3만3천9백20원 ▲제세공과금 1만9천32원등이다.
노총은 이조사를 발표하면서 쇠고기는 한달에 1근반 (3천7백50원)으로 줄이고 구두는 1년에 1켤레(1만8천원), 맥주는 2병(1천5백원)으로 하는등 철저한 절약형가계로 꾸몄다.
이에비해 근로자 평균임금은 79년말현재 14만2천3백58원 (노총조사).
올들어 20%가 올랐다 하더라도 17만8백28원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물가앙등등을 이유로 이미 그어놓은 올해 임금인상폭 10∼15%를 적용하면 임금수준은 이보다 더낮은 16만원선에 지나지 않는다. 노총이 산정한 최저생계비가 실제보다다소 높게 계산되었다해도 임금이 생계비에 크게 모자라는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기업측은 극심한 불황에 국제경쟁력 약화등을 이유로 임금을 많이 올릴수 없다고 말한다.
이 바람에 인천제철·동국제강등 4월들어 노사분규가 일어난 30여개회사 근로자들이 요구한 임금인상폭은 35∼1백%나 됐다.
이에대해 기업측이 제시한 인상폭은 평균 20%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와 산업평화의 앞날은 임금인상폭이 어느선에서 결정되느냐에 달렸다.
노사간의 원만한 대화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 서로 양보·타협하는 지혜를 발휘할때라고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노사관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는 7백만명.
노동청에 따르면 이중 5인이상 고용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3백m만명을 넘고있다. 또 한국노총에 가입된 조직근로자만도 1백9만명이다.
이들 근로자의 77%가 도시지역에 모여있다.
지난63년만해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31%만이 피용자였다. 그러나 80년에 들어와서는 55%로 늘어났다.
기업에 고용되어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55%가 되었다는 것은 이들에대한 사회정책적 배려가 커져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기업주들도 이제는 그들과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지않고는 노사문제를 풀어나갈수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주들이 인사·노무관리를 소극적으로 해온것이 사실이다.
한국노총 김금수연구위원(경희대경영대학원강사) 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근대적 노무관리를 그대로 유지시키려하고 노사관계의 근대화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있다』고 말했다.
노사는 종속적관계보다 협조적관계가 유지되도록 하는것이 노사평화의 지름길로 평가된다.

<노동정책>
경기불황에 대비해 실시됐어야할 실업보험이 호황을 누렸던 77∼78년때 기회를 놓쳐 실시되지 못하고있다.
72년부터 실시된 국가보위법에 따라 노동3권을 묶어놓음으로써 노사문제의 정상적인 해결의 길이 막혔던것도 문제.
쟁의권이 묶여지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의 요구는 적법한 단계(노동쟁의조정법)를 거쳐 표면화 되었을 것이고 행정관청의 알선·초정단계를 거쳐 해결될수 있었을 것이다.
우일화학(영등포구고척동)근로자들이 회사측과 협의, 확정한 임금 30%인상 결정을 스스로 철회, 5%를 낮추어받기로 한것은 노사협조의 좋은 본보기였다.
노조측은 그동안 노사대화결과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산다』며 스스로 임금을 낮추기로 한 것이었다.

<노동조합>
건전한 노사관계는 노동조합내부에서 노조간부들이 근로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질때 발전한다.
동원탄좌소요사건을 계기로 노동계에서는 노동조합이 본연의 의무를 다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금노동자가 스스로의 생활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은 그동안노조 내·외부의 여건때문에 제구실을 못했다.
단체행동권을 막은 보위법은 노조의 활성화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따라서 노조일부에 부패가 싹트게됐다.
▲동원탄좌노조 지부장의 경우처럼 임금인상등 단체교섭을 하면서 사용주와 한통속이 된경우 ▲조합비 유용 ▲지위유지를 위한 조직의 사유화등이 노조부조리의 대표적 경우로 지적됐다.
「군수보다 나은 자리」·「돈벌이하는 자리」로 알려진 탄광노조간부들은 또 농산물·생필품등을 구입하면서 「커미션」을 받는 이권도 가지고 있었다.
노조는 조합원들로 부터 급여의 2%미만으로 조합비를 거두고있다. 조합비는 회의비·조직비·교육선전비·조사통계비·기밀비등으로 쓰이도록 돼있다.
실제로 조합원의 권익옹호를 위한 조직비·조합원교육비에 지출되는 액수는 적다. 연3억원의 노조예산을 쓰고있는 어떤 산별노조의 경우 79년 교육비는 1%인 3백만원에 불과했다.
노동전문가 이헌기교수(동국대)는 동원탄좌사건으로 제기된 노동조합간부들의 부폐에 대해 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당국이 노동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해 민주적노동운동이 펼쳐질수 있도록 노동관계법을 개선하는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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