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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상혼" 상춘객울려|전국유원지·관광지 실태점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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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황금연휴가 지났다.
3월 중순부터 연6주째 주말마다 비가 내려 한산하기만 하던 유원지·관광지에는 모처럼 화창한 날씨속에 4백만 인파가 붐볐다.
이같이 인파가 몰리자 「택시」운전사·숙박업자·요식업자들도 때를 만난듯 「바가지 상혼」을 여지없이 발휘, 신록을 즐기려던 행락객의 기분을 잡치게했다.
행락객은 출발때부터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 짐짝처럼 마구 실은 만원「버스」에서 시달리거나 「미터」요금의 2배이상을 요구하는 「택시」운전사들과의 시비속에 괴로운 행락이 시작된다.
유원지 상인들은 모처럼 맞은 대목을 놓칠세라 음료수·음식·숙박비를 마구올려 행락객들은 또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또 설악산등 관광지에서는 숙박업자들이 수학여행학생들을 한방에 7∼10명씩 몰아넣어 학생들은 새우잠을 자야하는등 잠자리마저 불편했다.
행락 「시즌」을 맞아 각유원지와 관광지실태를 긴급 점검해본다.

<바가지상혼>
○…4일과 5일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인천송도유원지에서는 「택시」운전사들의 부당요금징수가 여전했다.
4일하오2시20분쯤 D운수소속 경기3바81××호 「택시」는 시내에서 1천1백50원 거리인데도 『되돌아올때 승객이 없으니 왕복요금을 받아야한다』는 이유로 4천원이나, 요구, 승객 김영선씨(34) 와 시비를 벌였다.
또 송도유원지앞은 주·정차를 못하게 돼있는데도 운전사들이 이곳에서 승객을 하차시켜 행락객과 각종차량이 뒤석여 혼잡을 빚었다.
○…1만5천여명의 행락인파가 몰린 안양유원지에서는 맥주(5백㎖)1병에 8백원 (싯가 6백50원) , 「사이다」와 「콜라」는 3백원(1백50원), 소주(3백60㎖)는 5백원(2백원)씩받아 싯가보다 2∼3배씩 올려받았다.
또 송추유원지에서는 개울에 돗자리 1장을 깔아놓고 자릿세로 최고 1만원씩 받아냈다.
○…부산 금강공원의 경우 회전목마등 유기시설은 2세이상 어린이를 「소인」으로 취급해 요금을 받았다. 이것을 타기위해 30∼40분씩 기다려야하자 업주들은 3분인 운행시간을 2분으로 단축운행했다.
금강공원과 동물원의 매점에서는 1병에 1백80원인「콜라」와 「사이다」를 2백50원씩 받는등 시중보다 40%이상 비싸게 받았다.

<난장판 행락질서>
○…경기도양주군장흥면 송추유원지에는 3만여 상춘인파가 몰렸으나 10대 청소년들이 술에취해 소란을 피우고 휴대한 녹음기를 크게틀어 행락객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또 의정부경찰서 송추파출소 건물은 자물쇠로 잠긴채 초소가 텅텅비어있어 연휴 유원지 무질서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또 「택시」와 50여대의 승용차들은 주차장이 있는데도 아무곳에나 차를 세워 통행인파의 길을 막았다.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부여부소산과 백마강에는 4일 1만여명, 5일 2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모였는데 규암 도선장에서 낙화암까지 이르내리는 백마강의 유람선들은 정원 40명인 배에 50명 내지 60명까지 태우고 금지된 「마이크」까지 설치해 관광객들이 노래에 맞춰 배위에서 춤을 추어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많은데도 감독관청의 단속의 손길은 보이지 않았다.
○…충무항내 30여척의 관광유람선들은 해금강까지는 운항할 수 없게돼 있는데도 구명의등 안전시설을 갖추지않고 멋대로 운항했으나 당국은 단속을 아예 하지않았다.
단체관광객들은 술에 만취, 관광유람선의 「앰프」로 고성방가했고 선상에서 춤을 추는등 해상사고의 위험이 뒤따르기도 했다.

<미비한 시설>
○…국립공원 속리산엔 올들어 최고기록인 2만여 행락인파가 몰려 크게 혼잡.
수용능력이 2백여대 정도인 주차장 2곳은 관광 「버스」·승용차등이 가득차다 못해 관광 「호텔」광장을 비롯, 각 숙박업소앞 도로에까지 장사진을 쳤다.
일주문안엔 등산장구·녹음기 「기타」등을 일체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 공원관리사무소 사무실과 복도엔 5색의 배낭더미로 발들여 놓을틈이 없었다.
「어린이날」은 여느때와 달리 가족소풍이 유난히 많았으나 공원관리사무소측이 잔디밭등 점심을 펴놓고 먹을만한 곳은 출입을 막아 곳곳에서 실랑이-.
많은 상춘객들이「 버스·터미널」바로앞 배수로 둑에서 점심을 먹으며 불평들을 했다.
청주근교인 명암약수터에도 가장 많은 행락인파가 몰렸다. 관광「버스」·시내「버스」들이 곡예운행을 했고 주차장이 없어 약수터 진입로 비탈길은 승용차·영업용「택시」들이 무단주차, 통행이 막힐정드.
○…10여만명의 인파가 붐빈 부산의 동래 동물원도 동물우리마다 사람들이 몰려 어른틈바구니에서 어린이들은 동물재롱을 구경하지 못했다. 이곳에는 급수시설이 한군데 뿐으로 갈증을 느낀 시민들이 물을 먹기위해 아귀다툼을 벌였다.
○…10만여명이 붐빈 전남광주의 지산유원지에서는 휴지등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는데다 쓰레기통마저 없어 자연보호운동으로 애써가꾼 유원지일대가 엉망으로 됐다.
5일 지산유원지를 찾은 이영철씨(48·광주시동구금동13) 는 『바가지요금에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도 거의없고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있어 기분만 잡쳤다』고 말했다.
광주 사직공원과 징심사·무등산장계곡도 깨진병이 마구버려져 있는등 거의 같은 실정이었다.
충남도가 도립공원으로 고시한 수덕사 및 충의사 덕산온천등을 연결하는 관광도로가 포장되지않아 관광객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기 일쑤다.
정화사업이 제대로 되지않은 수덕사는 돗자리 하나를 벌려주고 청소비 명목으로 1천원씩 받고있다.

<난무하는 폭력배>
○…연휴중 대구유원지 풍속사진의 80%가 발생한 대구앞산공원의 경우 조직폭력배까지 몰려, 공원입구 주차장을 중심으로 설치고 다녔으나 경찰관이 상오10시부터 하오5시까지만 근무, 5시 이후엔 사건이 발생해도 신고조차 할데가 없었다. 5일 가족들과 앞산공원에 놀러나온 이기현씨(37·동구범어1동278)는 20대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2주의 상처를 입었으며 이날 동촌유원지에 눌러간 이명자양(22·서구비산3동)등 3명도 20대불량배들에게 희롱을 당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전국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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