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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정체의 4월 경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금의 경기동향도 정국 못지 않게 불투명하다. 생산은 정체되고 재고는 쌓이면서 대금 난이 가중되는 중좌 경기의 양상이다.
환율을 올린 직후 한때 활기를 되찾는 듯이 보이던 수출도 4월 들어 다시 주저앉는 기미인데다 내수는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매력을 잃고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현재의 경기는 불황이라기보다는 침체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느낌이 강하다. 한때 수출이 늘어나면서 실업예상이 호전되고 실질 성장도 5%로 확대 전망되는 낙관적 분위기가 있었다. 불과 한두 달만에 그런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음은 주목할만하다.
가장 큰 변화는 기업의 투자 「마인드」를 꼽을 수 있다. 「10·26」이후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겨우 안정될 듯이 보였던 투자분위기가 최근 다시 불안정해지면서 설비증가는 물론, 내외투자가 관원세로 돌아선 것이 경기전반에 영향을 미친것 같다.
민간설비투자가 계속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는 것은 투자의 대기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를 뒷받침할 내수도 없고 해외수요도 4월 들어 다시 수그러드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늘릴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경기를 선도해야할 투자가 정체되는 한 생산·출하·소비가 근원적으로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국면을 긴축의 효과로 풀이하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단순한 총 수요관리의 효과로 파악하기보다는 물가흐름 자체의 둔화로 보는 것이 옳다.
문제는 기업이 현재의 내외수 침체를 경영개선으로 극복하고 생산성향상으로 대처할 능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재정이나 금융에서 무한정 경기를 지원해주던 시대가 지나면서 불황금융의 여지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4월중에 부가1·6%, 소비자0·9%로 물가상승 추세가 약간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견해에 따라서는 1·4분기중의 통화증가추세가 연율 24%선의 긴축기조에다 「오일·쇼크」가 흡수된 결과 물가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고지수가 전년보다 40%선까지 증가한 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고, 부가·소비자물가가 일단 고 가격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구매력이 감퇴 된 여파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
거기에 대폭적인 석탄가 인상의 영향을 감안하면 2·4분기의 물가도 불안정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당면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는 기업의 감량경영·생산성향상으로 자체적 응해가면서 앞으로의 경기회복에 대비하는 길밖에 없다.
이 경우, 가장 문제되는 것은 고용의 불안정과 해외 「인플레」가 될 것이다. 전자의 고용문제는 사회적 중요성 때문에 경제논리로만 처리해서는 안되며 경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조해야할 분야다.
긴축과 불황이 영세· 한계기업의 도태를 당연시해서는 안되며 가능한 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긴축의 기조는 유지하되 재정의 운용을 적극화, 고용과 실업에 대처할 길을 찾아낼 수 있다. 필요하다면 고용대책 특별기금을 추경에 반영, 불황기의 고용대책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에서도 방만한 정책금융을 조정한다면 긴축기조 안에서도 경기조절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
후자의 수입 「인플레」는 수요침체기여서 가격전가가 어렵다. 때문에 상당부분은 기업의 자체흡수가 불가피하다. 그 어느 때보다 생산성 향상, 기술혁신의 필요성이 높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루 빨리 투자경쟁이 안정되어 마음놓고 내외투자가 이루어지고 소득증가가 가속화 되도록 시장환경을 안정시키는 일이 긴요하며 이는 주로 정부의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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