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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포커스] 한국 남자 예의 바르며 자상하지만, 다른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느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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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러시아 여성들은 외국인 신랑감에 거부감이 적지만 한국 신랑은 아직 별로다. [샤터스톡]

안나(31)는 모스크바항공대학에 다닐 때 지금의 한국인 남편 현수를 알게 됐다. 그전까지 한국과의 교류는 전혀 없었다. 남편은 2013년 새 전공 기술을 공부하려 러시아에 왔다. 안나는 러시아어 공부를 도왔다. 현수 나이는 마흔에 가까웠지만 진지한 태도에 멋진 얼굴의 현수. 둘은 가까워졌고 한국 여행도 했다. 안나에게 한국은 좋았다. 현대적 교통, 아늑한 카페와 레스토랑, 자연도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젊고 늘씬한 금발 미인 안나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것에 매료된 안나. 임신은 결혼 문제를 저절로 해결했다. 부모님은 놀랐지만 막지 않았다.

부부는 아들을 낳고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뒤엉키기 시작했다. 새로운 나라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한국어를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은 전과 달리 안나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또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별로였고 그 나이에 입사도 곤란했다. 부부 싸움이 시작됐다. 도움을 받을 길이 없었다. 안나는 이혼과 귀향을 생각했다. 러시아엔 가족이 있고 전문직 경력을 쌓을 기회도 있다. 좁아 터진 전셋집이 아닌 내 집도 있다. 그러나 남편은 아이를 내주지 않으려 했다. 갈등과 고통의 시간이 몇 년 흘렀다. 그러다 함께 러시아로 가기로 하면서 가정은 유지됐다. 안나는 지금 모스크바에서 전문직 일을 하고 있고 남편은 모스크바의 한국 회사에 다닌다.

이런 해피엔딩은 많지 않다. 한국인과 러시아인이 만나 꾸린 가정들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깨지는 경우가 있다. 서로를 위해 자신의 사회적·개인적 야망 실현을 포기하려 들지 않는 부부들에게 그 가능성은 특히 많다.

러시아 여성과 한국 남성 간의 로맨스가 늘 결혼으로 마무리되지만은 않는 다른 큰 원인으로 문화와 정신세계, 생활양식의 차이가 꼽힌다. 한국 남자들과 교제해 본 경험이 있는 러시아 여성들은 "한국 남자들이 여자들의 마음을 차지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달콤한 말도 해주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초대하고 선물도 해준다. 자립심도 강하고 예의도 바르며 자상하고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그러나 상호이해와 정신적 친밀감을 가질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한국 남자와 수 개월간 교제했던 이리나는 “한국 친구가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 둘은 외국인 영어회화 클럽에서 만났다. 이리나는 “그가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이 정말 낯설었다. 아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또 타산적이고 실리적이었다”며 “그는 결혼은 한국 여성과 하고 싶다며 이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가 러시아 젊은이의 마음을 점점 더 사로잡고 한국 가수와 배우들이 러시아 소녀 팬의 우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멀지않아 러시아에서 한국 남성 붐을 목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남자와 러시아 여자의 결혼이 잘 될지는 러시아 신부감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가 한국 남자의 일상과 같지 않다는 점을 얼마나 아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마리아 오세트로바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드라마속 한국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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