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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과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과외 대중화 시대가 온 것 같다. 공영TV에서 고교 과외「프로」를 방영할 것이라고 한다. 자정과 새벽에 국· 영· 수 세 과목에 걸쳐 대학 입시 준비 강의를 하겠다는 것이다.「텔레비전」이 전국에 무려 6백만 대나 보급되어 있는 현실에서 그「아이디어」는 기대해 볼 만하다. 우선 한 과목당 6,7만원이나 하는 과외비를 충당할 길이 없는 서민들에겐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적어도 6백만 가구는 과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영국과 같은 나라에선「공개 대학」(오픈·유니버시티)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의 대학 교육 과정과 일반 국민을 위한 시민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도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TV「프로」를 방영, 전국의 시청 교가 2만 교도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TV가 교육 전달의 매체로서 손색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하나의 성공 사례도 된다.
문제는「프로그래밍」의 기술이다. 강단의 명강사와 「브라운」관 속의 명강사는 엄연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프로그래밍」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강사만의 단독 연출로 모든 일이 끝나지 않는다. 여기엔 교육 공학적 전문 지식을 갖춘 유능한 「프러듀서」 가 있어야 하고, 「카메라맨」에게도 그들대로의 교육적「센스」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테면 교사의 강의를 편성하고, 연출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히려 TV는 강의를 인상적으로 때로는「드러매틱」하게 「연출」할 수 있는 점에서 여러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화면이기 때문에 「소리」 보다는 「영상」에 집착하게 만들기 쉽다. 오히려 덜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한가지 우려는 그런 경험과 훈련이 충분한 것 같지 않은 공영 방송이 그런 기능을 제대로 연출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우선 전문가들에 의한 완벽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때문에 교육「프로그램」의 시청각적 효율성은 전문 기관이 그 제작을 담당해야만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모처럼의 좋은「아이디어」가 졸속과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학생들의 외면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더구나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느 수준을 겨냥하고 강의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교 평준화의「우둔 교육」 이 TV에서 다시 반복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충분하고 전문적인 준비가 요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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