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강력한 한 방 필요" … '아베 3개 화살' 한 번에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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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주호영 정책위의장. [뉴시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다시 한번 예고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첫 당정협의 자리에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우려를 다시 들고 나왔다. 최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다 흑자라는 거시경제 왜곡 현상과 내수와 수출, 가계와 기업 모두가 위축되는 축소균형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축소균형이란 가계가 지갑을 닫아 소비가 줄고 이에 따라 기업도 투자를 축소해 가계 소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경제가 쪼그라드는 현상을 말한다. 1980년대 일본이 엔고를 겪은 후 축소균형의 늪에 빠져 이후 20년 동안 성장이 정체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최근에는 미약한 회복세마저 주춤해져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당면한 경제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언급한 건 벌써 네 번째다. 그는 지난 8일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16일 취임식,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발언을 했다. 그만큼 최 부총리가 우리 경제 상황을 절박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 인식이 긴박한 만큼 처방의 강도도 예상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대규모 예산편성과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이를 통한 경기부양과 내수활성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최노믹스’의 핵심 내용이다. 그는 특히 “경제 흐름과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기존의 긴축적인 축소균형을 확대균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흔히 말하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잃어버린 20년 탈출을 위해 ‘세 개의 화살(재정 팽창, 양적완화, 경제 개혁)’을 잇따라 동원했다. 이와 달리 최 부총리는 상황이 급박한 만큼 초장에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최대한 늘려 편성할 계획”이라며 “우리 재정은 주요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건전하기 때문에 재정지출 여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당장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며 “당장의 재정 건전성이 아니라 중기적으로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범위에서 지출 규모를 최대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선 일시적으로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것도 용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한은까지 금리 인하로 분위기를 띄워준다면 아베의 세 개의 화살에 버금가는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될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대대표는 “최 부총리가 취임한 후 시장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당도 법안 통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다걸기’하겠다”고 화답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최 부총리가 ‘없는 길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좋은 정책을 많이 입안하고 있는 만큼 당도 적극 협조해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및 내년도 예산 관련 당정협의’라는 공식 명칭이 붙은 이날 행사에는 당쪽에서 이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 홍문표 예결위원장, 이학재 예결위 간사 등이 참석했고 기재부에서 추경호 1차관과 이석준 2차관 등이 참석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여기엔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조정 방안 등 다수의 경기부양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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