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 만명 집단 망명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바나·리마 6일 외신종합】「쿠바」인 8천 내지 1만명이 지난4일부터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며「아바나」주재「페루」및「베네쉘라」대사관 구내에 운집,「페루」뿐만 아니라 망명선풍의 파급을 우려하는 기타 남미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쿠바」정부는 사면 수혜자들과 국외망명자 가족에게만 국한시켰던 종래의 망명정책을 전면 수정, 국외 망명을 요구하는 모든「쿠바」인이 외국으로부터 입국 승인을 받으면 자유출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쿠바」정부는 4일「아바나」주재「페루」및「베네쉘라」대사관들이 최근 2개월간『반체제인사를 자처하는 불량배와 일반범죄인』24명에 대해 보호처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비난하면서「페루」대사관 밖에서 경비임무를 맡고 있는「쿠바」경찰을 철수시켰으며,「쿠바」경찰 철수와 함께 대사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쿠바」인 망명 희망자 수는 3일 사이에 1만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가난하거나 정치적인 불평분자들이다.
한편「페루」는「쿠바」당국이「아바나」주재「페루」대사관에 배치됐던 경찰 병력을 철수시켜 많은「쿠바」인들의「페루」대사관 대거 난입을 야기 시켰다고 비난함으로써「쿠바」-「페루」관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긴장되기 시작했으며「페루」를 비롯,「베네쉘라」「파나마」「에콰도르」「콜롬비아」「아르헨티나」등「아바나」주재 남미 제국 공관장들은 이 같은 사태가 다른 나라 대사관에까지 파급될 것을 우려, 긴급 모임을 갖고 이번 사태에서「페루」외교관들을 지지, 결속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페루」외무성은 대사관으로 몰려든「쿠바」인들이 발을 붙일 곳이 없어 구내「망고」나무와 건물 옥상까지 점거하는 등 문자그대로 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이 상태로 가다가는 망명 희망자 수가 2만명을 돌파할 기세라고 밝히고「아바나」주재 외교사절단·「유엔」난민 고등 판무관실 및 국제 적십자사에 긴급 호소문을 보내 식량·급수 및 기타 필요한 생필품·시설부족으로 고통받는「쿠바」인들을 구호하라고 촉구했다.
「호르헤·고르디요」「페루」외무성 홍보국장은 특별 성명을 통해 친「카스트로」「쿠바」인들의 투석 등 폭동으로 중경상자가 속출함은 물론, 탈수증·일사병·혼수 등으로 인한 중환자가 격증해 가고 있다고 말하고「페루」와 같은 빈국은 이와 같은「쿠바」난민의 홍수를 감당할 수 없으며「쿠바」가 노린 것도 바로 이점이라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