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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공비와 남북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군은 지난 23일 새벽 한강 하구에서 휴전선을 넘어 침투한 3인조 무장 공비를 전원 사살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 전과로 우리 일선장병들은 10·26사태 이후의 정치적 상황 여하에 상관없이 일사분란한 지휘 체계와 기민한 전투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내외에 주지시켰다.
국군장병들이 이와 같은 본연의 사명과 임무 수행에 투철히 임하고 있는 이상 후방의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으며 북한공산집단 또한 10·26이후에도 우리측의 방위태세엔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았을 듯 하다.
그러나 이번의 공비침투사건은 우리국민과 지도층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재삼 환기시켜 주었다.
그것은 물론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나, 북괴는10·26 이후의 우리의 내부사정 변화에 조준하여 대화방식과 공비침투방식을 동시에 병용 하려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은 본래 공산주의자들이 항상 범용하고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번의 경우는 특히「이종옥 서한」으로 나타난 그들의 적극적인 대화「제스처 와 때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10·26 이후의 우리의 내부사정 변화를 의식한「이종옥 서한」, 그리고 이번과 같은 무장공비 파송은 분명 서로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북괴 전략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북괴와 같은 독재체제 하에서 대화를 제의하는 주체와 공비를 남파하는 주체가 각각 서로 무관하게 다원화되어 있을리는 만무하며, 모두가 하나의「컨트롤·타워」에서 조종하는 동일 전략임이 분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두 가지 전술 형태를 동시에 구사하는 북괴 대남 전략의 핵심적인 저의는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이른바 정당 사회 단체 연석회의라는 형식의 정치선전을 통해 현시점의 우리정계에 그 어떤 파문이 일기를 기대하면서, 사회 음지에서는 폭력적인 교란행위를 자행하여 소위 「혁명적인 양상」을 작위적으로 조작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고 북괴가 진정으로 명예로운 평화와 대화를 희망한다면 어찌 하필이면 판문점에서 총리회담을 열자고 운위하는 바로 그 시각에 무장공비를 남파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양면성은 70년대 초에 7·4남북공동성명에 서명한 바로 그 시기에 남침용 땅굴을 파 내려오던 당시의 수법에서 단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생생히 입증하는 것이다. 북괴의 저의가 이렇듯 양면성과 위선을 공공연히 노출시키고 있는 한 우리측으로서도 남북대화에 임하는데 있어 이젠 좀더 단호한 입장천명을 해두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른바「혁명」이란 망상을 휴전선 이남으로까지 연장시키려는 원칙을 이론과 실천면에서 깨끗이 공식 청산하고 명실공히 상호존중의 공존론으로 돌아선 다음에 회담장에 나오든지 아니면 그런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대화「제스처」를 더 이상 부리려하지 말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선언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불시에 침투한 무장공비를 초동에 섬멸한 국군병사의 임전태세에 다시 한번 깊은 신뢰를 보내면서, 대화를 가장한 북괴의 도발책동에 투철한 경각심이 제고돼야할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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