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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거의 동시출판으로 관심 끄는 세 작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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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목받는 작가 3인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신작 장편소설을 발간, 문단과 독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작가는 조선조·박영한, 그리고 김동선씨. 이 가운데 특히 김동선씨는 데뷔(69년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11년만의 첫 장편이라는데에 더욱 관심을 갖게하고 있다.
3인의 작가가 낸 장편소설은 조선조씨의 『장대 높이 뛰기 선수의 고독』, 박영한씨의 『인간의 새벽』, 그리고 조선조씨의 『황지』다. 근년에 들어 붐이 일고있는 전작 장편은 독자들에게 신선감을 줄 뿐 아니라 당초 작가가 의도했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일 수 있고 작가들의 진지한 창작활동을 유도, 보다 문학성이 높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에서 독자들의 호감을 사고있다.
조선조씨는 71년에 데뷔, 70년대 작가 군의 한 사람으로 『영자의 전성시대』『완전한 사랑』 등으로 삶의 양태에 대한 일관된 탐구작업에 큰 성과를 올렸다.
이번의 『장대높이뛰기선수의 고독』은 한때 장대높이뛰기선수였던 한 청년이 신문광고를 보고 결혼상담소에 찾아간다. 현대사회에 흔히 있을 법한 도입에서부터 독자의 긴장을 요구하며, 주인공의 행동반경에 따라 그늘에 가리어졌던 대도시의 각가지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조씨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의 감추어진 모습에 대한 개안에 그치지 않고 소외된 근원과 비리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내는데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78년 『머나먼 송바강』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 데뷔했던 박영한씨도 『인문의 새벽』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애의 문제가 더욱 폭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작 『머나먼 송바강』이 월남전의 현장을 소재로 한 것이라면 『인간의 새벽』은 그 구조형태로서 종전 뒤의 월남문제를 다루고있다.
『머나먼 송바강』에서 보인 잃어버린 인간의 주체성과존재의 본질을 찾아서 무섭게 고통하며 규명했던 싸움이 『인간의 새벽』에선 더욱 가열되고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이 작품의 줄거리와는 관계없이 모래에 스며드는 물처럼 독자의 가슴을 적셔 또 다른 감동을 주고있다.
세 작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가 김동선씨다. 그가 쓴 『황지』는 69년 『개를 기르는 장뇌』(신춘문예 당선작품) 이후 그가 계속했던 긴 침묵을 충분히 보상할만한 문제작이기 때문이다.
『황지』는 동숭동 옛 서울대 캠퍼스 주변 하숙촌을 배경으로 지독히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하기 이룰데 없는 한 대학생이 겪는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는데 성의 악녀인 하숙집 여 주인의 무분별한 새디즘을 통해 60년대에 고개를 든 이른바 돈의 권력이 우리사회의 양심과 순수성을 어떻게 짓밟고 유린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김씨가 80년대 한국문학을 주도하는 작가군의 한사람으로는 아직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80년대 문학에서 예견되는 특성을 다양성이라고 볼 때 김씨의 문학(소설)이 보인 새로운 세계는 이 다양함에 공헌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 작가가 장편소설을 통해 보인 각각 다른 자신들의 세계는 80년대 한국문학이 펼칠 새로운 질서정립의 한 방향이 되고 있다는데에 독자와 문단은 주목할만 하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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