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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조원 … 새 주인 찾는 강남 한전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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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강남 한가운데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가운데 붉은 점선 안). 11월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한국전력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경쟁입찰을 통해 올해 안에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식 기자]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 매물로 나온다. 한국전력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삼성동의 본사 부지(7만9342㎡)를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팔기로 했다.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비싼 값을 써낸 인수후보자에게 땅을 팔겠다는 의미다.

 매각 시한은 연말까지다. 한전은 조만간 복수의 감정평가회사를 정해 감정가격을 매긴 뒤 다음달 말 매각공고를 내기로 했다. 이후 9월 중 공개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되도록 많은 인수 후보를 끌어모으기 위해 입찰 자격 제한은 두지 않았다. 기업의 단독입찰이나 컨소시엄은 물론 개인 자격 입찰도 허용된다.

한전 본사 부지는 강남 요지인 코엑스 맞은편에 자리 잡은 땅으로, 축구장 12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빼곡히 자리 잡은 강남에서 대형 개발사업을 펼칠 수 있는 몇 안 남은 부지라는 평가다. 땅을 내놓은 한전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11월 전남 나주의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다.

 한전이 경쟁입찰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빚을 줄이는 게 시급해서다. 한전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로부터 부채과다 공기업으로 지정되자 2017년까지 14조원의 빚을 줄이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간 직접개발이나 민간과의 공동개발 방식을 검토하기도 했다. 길게 보면 매각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직접개발은 자금이 많이 들어 부채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포기했다. 민간 공동개발도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접었다. 한전 관계자는 “최고가 경쟁입찰이 가장 공정한 절차인 데다 곧바로 매각대금을 받아 부채를 줄이는 데 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부가치(2조73억원)와 공시지가(1조4387억원)가 주변시세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격에는 올 들어 새로 나온 개발 호재인 관광특구 개발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지난 4월 코엑스를 중심으로 한전 부지와 잠실운동장을 묶어 관광특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현재 한전 부지의 토지용도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매각 공고가 나기 전에 토지용도 변경이 확정되면 값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발표 후 인수 후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이날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짓겠다”며 입찰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주요 계열사 본사 사옥은 물론 자동차 출고센터·박물관·전시장·체험관 등을 입주시켜 자동차로 수직 계열화된 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상징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게 현대차 측의 구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폴크스바겐 본사와 출고센터·전시관 등을 연계시킨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는 연간 250만 명이 찾는 독일의 10대 관광 명소”라며 “삼성동 부지에 자동차문화 체험공간과 호텔·컨벤션센터·공연장 등을 포함시켜 서울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2009년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함께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한 뒤 삼성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세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1년에는 삼성생명이 한전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태경 기자, 이상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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