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기간 연금액수 계산해 절반씩 나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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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강북에 사는 오모(62·여)씨는 2010년 남편과 이혼했다. 당시 남편은 이미 국민연금을 받고 있었다. 그게 남편 것이지 본인과는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에서 “국민연금을 나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았다. 2012년 12월 오씨는 만 60세가 되면서 전 남편의 연금 분할을 신청했다. 지난해 1월부터 매달 11만3000원을 받는다.

대법원이 16일 이혼 시 공무원연금 분할을 판결했지만 국민연금은 이미 1만여 명이 연금을 분할했다. 1999년 도입 후 매년 수혜자가 늘어 올 5월에는 1만419명으로 늘었다. 2010년 4632명에 불과했으나 4년여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연금 수령자가 늘고 황혼 이혼이 늘면서 ‘연금 이혼’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분할연금은 여성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선진적인 제도다. 국민연금을 우리보다 27년 앞서 도입한 일본도 2007년에야 분할연금을 시행했다. 남성 수령자도 적지 않다. 전체 수령자 1만419명 중 여성이 9140명(87.8%), 남성은 1279명(12.2%)이다. 전주에 사는 신모(61)씨는 98년 아내와 이혼했다. 이혼 후 16년이 지난 올 5월 만 61세가 되면서 전 아내의 연금을 분할했다. 매달 13만8000원을 받고 있다. 아직 노후연금 액수가 많지 않아 분할연금액도 그리 많지는 않다. 5월 현재 수령자가 평균 16만5000원을 받는다.

 분할연금은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 기여에 대한 보상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을 절반씩 나눈다. 가령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했고 혼인 기간이 20년이라면 20년에 해당하는 연금을 산출해 반으로 나눈다. 다만 혼인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항 때문에 매년 2만 명 이상이 혜택을 못 본다.

 40, 50대에 이혼하더라도 국민연금 지급 연령(올해 만 61세)이 돼야 신청할 수 있다. 본인이 모르고 넘어갔다가 5년이 지나면 권리가 사라진다. 2007~2012년 58명이 그랬다. 분할연금을 받다가 재혼하더라도 계속 받을 수 있다. 다만 사망하면 사라진다. 분할하기 전 배우자에게 연금이 되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분할연금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혼 과정에서 깊어진 감정의 골이 연금 분할 과정에서 더 깊어진다. 이혼 후 잊고 지내는데 몇 년이 지난 뒤 전 배우자가 나타나 연금을 쪼개려 하니 그러기 십상이다. 이혼 전 배우자의 일탈, 가정폭력 등을 문제 삼아서 연금을 나눠갈 자격이 없다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법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나눠야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아일랜드·네덜란드·스위스 등 웬만한 선진국은 분할연금 제도를 운영한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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