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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아프간」 침공 두둔으로 궁지에 몰린 불공산당|마르셰 당수, 모스크바선언이 발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근 「프랑스」인들은 「모스크바」에서 「마르셰」 공산당수가 출연한 TV중계를 보다가 대경실색했다. 지난 12일 사절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방문한 「마르셰」 당수는 느닷없이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정당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은 78년 소련과 우호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국가독립과 국경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군사적 도움을 규정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정부는 이를 요청한 것이 자명하다』라고 설명했다.
서구가 좌우를 막론하고 소련규탄으로 가득차 있는 판에 「마르셰」 당수의 일성이 여론을 한때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프랑스」정부가 초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가 여론의 집중공격을 받아 비판적으로 선회한 직후이기 때문에 「마르셰」의 소리는 더욱 여론을 자극했다.
이미 「이탈리아」와 「스페인」 공산당이 소련규탄에 앞장섰고 「유고」와 「루마니아」 공산당도 이 대열에 선 마당에 「프랑스」 공산당의 독불장군격 친소선언이 튀어 나온 것이다.
「마르셰」가 「파리」에 돌아온 후에도 입장에 변동이 없자 「르·몽드」지를 비롯한 언론들이 일제히 공산당 성토의 포문을 열었으며 공산당 내부의 지식인 「그룹」이 당지도부를 비난, 「마르셰」 공산당수는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렸다.
「앙드레·퐁텐」 주필은 『「아민」 대통령이나 「캄보디아」의 「폴·포트」가 모두 공산주의자임에도 친소파에 집권시키기 위해 「프놈펜」에 「베트남」군을, 「카불」에는 직접 적군을 투입했다』고 지적하고 『이 두경우는 모두 「스탈린」시대의 죄악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마르셰」 공산당수에게 준 치명상은 당내부 지식인들의 격렬한 비난일 것이다.
「프랑스」 공산당원이며 저명한 학자인 「장·엘랑스뗀」 교수는 『「모스크바」의 비둘기파를 도와 평화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프가니스탄」 정책에 동조하는 것은 「모스크바」의 매파를 강화시켜 평화를 역행시킬 뿐이다. 우리는 「모스크바」에도, 「프라하」나 「카불」에서도 살지않는 점을 하느님께 감사할 뿐이다』고 말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중의 하나인 「프레스·누벨」 편집장 「장·리베르망」은 30명의 공산당 지식인들의 서명을 받아 『소련은 국가와 국민의 주권존중이라는 근본원칙을 배반했다. 우리는 당지도부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공산당같이 행동하지 않은 사실을 유감으로 여긴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같은 「마르셰」의 발언은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성을 과시해온 「유러코뮤니즘」 세계에 내부분열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러코뮤니즘」은 보수정당의 약체화에 편승하여 의회민주주의에 의한 정권획득을 지향하며, 소련의 지도를 극력 배제하며 자기세계의 연대성을 강조해온 데 특색이 있었다.
특히 「프랑스」 공산당이 1976년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공식으로 부정하고 사회당과의 좌익연합을 결성했을 때 「크렘린」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었다.
「마르셰」가 74년이래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방문, 「브레즈네프」와 굳은 악수를 나누면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을 지지한다』고 한 것은 소련에 「탕자의 귀가」와 같은 심정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분쟁이후 소극적이나마 「포르투갈」 공산당이 소련을 지지한데 반해 「이탈리아」·「스페인」 공산당은 소련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의 이같은 「변신」은 「유러코뮤니즘」의 분열상을 한층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이같은 「프랑스」 공산당의 친소노선은 국내적으로 사회당과의 연합이후 겪어왔던 세불리를 소련과의 협조를 통해 만회해 보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제연대를 내세워 왔던 「유러코뮤니즘」도 각국의 「집안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전술」을 취하는 국면을 빚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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