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80면대」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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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0년대의 음악계를 내다보는데 있어서 가장 편하게 예견할 수 있는 분야는 연주계다. 80년대에 새로 등장하여 활약한 연주자는 지금 자라고 있고 또 그들이 극복해야 될 과제는 비교적 명백하게 눈앞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에도 저난 10년간의 경우처럼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될 젊은 연주가가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특히 기악분야에 예상되는 일이다. 반면 성악의「테너」 「베이스」의 경우 그 전망은 밝지 않다. 그것은 남자들이 성악을 전공하려는 경향이 70년대보다 더 심하게 약화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음악가 중 80년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휘자로 예상된다. 서울의 양대교향악단은 목마르게 이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으며 지방의 교향악단과 또 앞으로 새로 나타날 것으로 보어는 교향악단들도 지휘자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휘자 교육과 양싱에 대한 국가와 사회단체의 특별한 배려가 없는 한 좋은 지휘자가 필요한 수만큼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는 7O년대에 비해 보다 많은 작품이 공연되겠지만 청중이 이에 맞춰 증가하리라는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표 떠맡기기」식의「오페라」공연은 어려워질 것이고 제대로의 의상과 무대를 갖추지 않은 「오페라」공연은 외면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외국「오페라」단을 초청해서 공연하고 그것을 구경하고 나온 뒤에 우리 문화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만족하게 되는 70년대식 문화의식이 사라지게 되리라는 것은 예상이라기보다는 나의 희망이다.
「오페라」를 한국인의 손으로 무대에 올리려면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된 작품을 공연하든가 아니면 그만 두는것이 차라리 낫다는 너무 당연하지만 공개적으로 얘기가 되지 않던 의견이 대두될 것 같다.
물론 창작 「오페라」가 이 사이를 꿰뚫고 솟아나올 수 있겠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에 훌륭한 수준급의 창작 「오페라」가 나오리라고 예상하기에는 좀 주저되는 점이 없지 않다.
작곡에 있어서 앞으로의 10년은 상당히 많은 변화를 보일 것 같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똑바로, 그리고 제대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작곡가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이미 7O년대말에 이르러 우리의 작곡이 지금껏 갖고있는 「폐허적」이고 「무질서적」인 음악적「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요 비슷한 노래가 아니면 곧장 「네크로필리아」(죽음·비애 선호경향)적인「이미지」 로 달려가 버리는 오해된 현대적 음향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80년대에 전개되리라고 본다. 이는 바로 독일의 표현주의 음악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예술의 근원을 억압과 불행에 근거하려는 「프로이트」식 질곡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의 예상은 어렵지만 작곡이 어떤 기법을 쓰건간에 『그리는 「이미지」가 그러한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그 자체로서의 목적인 70년대의 창작 음악의 난해성으로부터 작곡가의 정신이 이처럼 자유롭게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아마도 엄격히 갈라져 있던 유행음악과 예술음악의 경계를 점이화시키는 작업이 선행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작곡은 현재로서는 과감한 실험이 요구된다. 그러나 그 과감함은 엄청난 일을 저지른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재미있고 재치있는 일을 벌여놓는다는 뜻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괴상한 짓을 저지르고 누구의 호응도 받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구석에 앉아있는 심술꾼으로서의 작곡가상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작곡가상이 나타날 것으로 여겨지고도 그렇게 나는 희망한다.
국악에 있어서 연주와 감상은 보다 밀도를 높여갈 것이지만 그러나 창작국악이 제 궤도에 오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악 특히 판소리와 아악의 원형보존에 우리는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야할것이 그 원형대로의 연주와 감상이 얼마나 귀한것이냐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판소리를 위한 전용극장을 짓고 살아있는 원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음악 평론에 있어서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일이고 우리의 음악적 현실과 창작음악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연주자 발굴도 중요한 일이지만 평론은 우리 음악계의 약점을 드러내고 만일 있다면 병리적인 현상을 찾아서 밝히는 일이 보다 더 중요한일 일 것이다. 이런 이론적 능력을 가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80년대의 음악대학의 미래상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직업적 의식에 투철한 연주자를 키우기 위해 8O년대에는 국가가 지원하는 음악원이 두어개는 설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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