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타기 이상 있었다" 세월호 선원 주장, 거짓으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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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당시 "조타기에 이상이 있었다"던 일부 선원들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확인됐다. 침몰 전 배가 급격히 방향을 튼 것은 3등 항해사의 잘못된 방향지시 방법 때문이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지검은 15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69) 선장 등 선원 15명에 대한 3차 공판에서 3등 항해사 박한결(25·여)씨가 대학 선배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씨는 세월호 사고 직전 조타실을 비운 이 선장을 대신해 조타실을 지휘했다.

박씨는 "(조)타기가 고장이야?"는 선배의 물음에 "아니예요"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유난히 타가 빨리 돌았다"는 조타수 조준기(55)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박씨는 "조타수가 무리하게 타를 잡은 거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침몰하기 직전 배가 급선회한 것이 단순한 조타 미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씨는 대화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타(각)를 얼마나 썼느냐"는 질문에 "스타보드(우현) 파이브(5도)라고 명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항해 당시 추가로 변침해야 할 각도인 '5도'가 아닌 조타기상 각도인 '145도'에 맞출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선배는 "그냥 각을 말해줬다"는 박씨에게 "그건 니가 실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씨가 단순히 조타기상 각도만 지시함에 따라 배의 방향이 급격히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항해사가 변침 각도를 그때그때 지시하지 않으면 변침할 각도나 시기를 조타수가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피고인 박씨가 조타 지시를 잘못하다 보니 조타수가 타를 얼마를 쓴 지도 모르고 타각이 어디까지 간지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자신에게 실수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자 선배에게 책임을 회피할 방법을 묻기도 했다. 박씨는 "선장님이 배가 막 뒤뚱거린다고 했다. 진술할 때 책임 회피식으로 해야겠네요"라고 했다. "민사소송이 진행될 것 같다"는 선배 말에는 "선장 책임으로. 그런 식으로 말해야 되요?"라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기관장님이 (선장님) 방에 가보니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카톡이나 게임 아닐까 싶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카카오톡 내용도 공개됐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의 공포감과 선원들에 대한 원망이 가득 담긴 내용들이었다. 김시연(17)양은 16일 오전 10시 7분쯤 "지금 방 안에 살아있어요. 저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부터 구조 중인가봐요. 90도 이상 기울었는데"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한은지(17)양은 오전 10시 12분에 "캐비닛이 떨어져서 옆방 애들이 깔렸어. 무서워"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구조된 학생들 역시 사고 당시 공포심을 카카오톡 메세지로 전달했다. 한 학생은 "제가 마지막에 나왔거든요. 살아있는 친구들 많았는데 다 죽었을걸요"라고 전했다. 또 "배 안에서 선원들이 아무것도 안했어요. 가만히 있으면 산다고, 가만히 있다가 저까지 죽을뻔 했어요"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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