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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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친한 벗! 신정따위는 우열하다는 네 말에 전적동감이다. 양세계의 자유·백애의 용사 「라파에토] 가 벌면됐다. 곧 네게 나의 자유주의정치론과 헌법론을 보내마. 1831년. 새해를 축하한다.』
「플로벨」이 9세때 친구에게 보낸 연하장이다.
1980년의 새해가 밝아 오고 있다. 「플로벨」 만큼 알로 까지지 못한 때문인지 모두가 밝은 표석으로 세배다니고, 연하상을 돌리고들 한다.
80년대의 첫해니 만큼 여느 해 보다도 각별한 새 기분에 모두가 들뜰만도 하다.
하나 한번 눈을 크게 떠보자.
우주의 직경은 3백억광년(1광년은 약 9조5천억km).
그 한 구석에 떠 있는 직경10만광년의 은하계 성운의 한 모퉁이에 태양이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1억5천만km떨어진 곳을 동굴동굴 도는 직경 1만2천km의 혹성.
태양을 축구공으로 치면 지구는 탁구공 보다도 작다.
그런 지구위에서 지금으로부터 대충 30억년전에 바닷속으로부터 생명체가 태어나 27억년쯤 지나서야 겨우 육지에 기어올라가 사는 생물이 생겨났다.
다시 2억년이 지나서,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천만년전에 포유류가 발생하고…,
다시 그로부터 5천수백만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인간의 조상이 생겨났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불과 수백만년전의 일.
오늘의 인류가 탄생한 것은 다시 그로부터 수백만년이 지난 1만년전부터의 얘기다.
그 인류가 어느 사이엔가 40억명으로 불어나고, 그것들이 깨알만한 지구의, 그것도 3분의 1밖에 안되는 땅위에서 살겠다고 발버둥친다.
그래야 고작 수명은 70여년. 그사이를 못 참고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으르렁대고, 때로는 또 사랑한답시고 상처를 주고 받고 한다.
그러나 새해를 반긴다는게 정녕 「플로벨」 소년의 말처럼 우열한 일일까.
다시 눈을 앞쪽으로 한번 크게 떠보자. 30년이 지나면 중동의 석유도 거덜이 난다는 설도 있다. 인구가 이대로만 늘어간다면 30년후면 또 인류의 대부분이 끼니를 굶게 된다고도 말하고 있다.
지구의 수명은 앞으로 1백만년. 그러나 인류는 그 절반을 살기도 어렵다. 지금처럼 바닷물이썩고 공기가 더러워진다면 말이다.
인간이 선한 의지와 지혜를 모으고 서로의 힘을 짜내지 않으면 안될 새로운 문명의 80년대 첫해를 우리는 맞는 것이다.
다시 눈을 좀 더 우리 가까이 돌려 보자.
그야말로 자유와 주권과 인권을 모두 합친 우리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새 날이 개막되는 것이다. 소중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신년의 새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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